[강론] 원수를 사랑하라[김훈일신부님] 2007.03.03

2007. 3. 4. 오전 8:41:43

글자
원수를 사랑하라

-김훈일 신부-


원수지간으로 지내는 이들을 보거나 내가 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과연 인간에게 진정한 용서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많은 경우에 그들은 대부분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거나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도 멀리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내 삶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멀리서 던지는 비수는 옆구리를
스치지만 가까이에서 던지는 비수는 가슴을 찌른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누구에게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가를 생각해 보면 가족에게서 받는 상처가 가장
오래 가고 치유하기 힘이 듭니다. 대부분의 원수는 사랑해야 했거나 사랑받아야
했던 사람들에게서 만들어집니다. 즉 사랑의 실패가 원수를 낳는 것입니다.
그러니 원수를 없애는 길은 다시 사랑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입니다. 다시 원수를
사랑하려면 우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계속 개발하고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해야 합니다. 용서의 힘이 부족한 사람은 사랑의 힘도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그다음 원수의 악한 행동 즉 우리에게 상처를 준 행동이 결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사람의 인품은 두 마리가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쌍두마차와 같다”라고 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도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그러한 것처럼
죄는 있지만 악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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