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1주간 토 고상현 야고보, 현경란 그라시아 혼배미사 강론- 이찬홍 신부님

2007. 3. 3. 오전 8:56:23

글자
다해 사순 1주간 토 고상현 야고보, 현경란 그라시아 혼배미사 강론
 

일반 사회 혼인과 천주교 혼인은 그 예절부터가 다릅니다.
즐겁고, 가벼운 이벤트성 사회혼과 달리 천주교 혼인은 엄숙하고, 진지하며 딱딱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신앙인들의 결혼식을 두고 성사, 곧 거룩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회혼과 신앙인들의 결혼은 무엇이 다른 것입니까?

첫째로, 신앙인 부부는 서로를 그리스도 섬기듯이 섬겨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공경하는 정신으로 서로 복종하십시오. 아내된 사람들은 주님께 순종하듯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남편 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이와 같이 남편 된 사람들도 자기 아내를 제 몸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에페 5, 21-33)

이 말은 단순히 추상적인 말씀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섬긴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를 섬기는 것이 곧 나를 섬기는 것이다.”
결혼할 순간에는 남편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남자이고, 아내는 세상에서 최고로 예쁜 여인입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는 순간, 눈에 씌였던 콩깍지는 벗겨집니다.
그래서 자기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자기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 도 있습니다.

바로 이때, 그 사람을 받아주고, 섬겨 주고 또 그러기 위해서 조금 더 참고 인내할 때 그리스도를 섬기듯이 섬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천지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참 신기합니다. 왜 하필 하느님은 사람을 그냥 남자로만도 아니고, 여자로만도 아니고 각각 다르게 창조했는지 말이지요. 하느님의 그 의도는 무엇입니까?
다르다는 것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서로 다르면 갈등이 생기고, 맞추어 주어야 하고, 이해해 주어야 하고, 양보해야 합니다.

이런 부부를 보았습니다. 남편은 치약을 가운데부터 짜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내는 치약을 아래부터 짜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로가 30년 동안 그렇게 다르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결혼해서 보니 이렇게 사소한 차이, 다른 것 때문에 싸움이 났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이렇게 불편한 것입니다.
심각한 문제에 있어서 다르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다르게 창조했습니까?
다름은 다르기에 아름답습니다. 너와 내가 다르면 그만큼 풍요로워집니다. 또 다른 만큼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고, 다른 만큼 사람은 상호 발전이 이루어지며,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다르다는 것은 불편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선물이며 아름다운 것입니다.

신앙인의 부부는 바로 이 다름의 신비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다르게 창조하신 이유를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곧이어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다름의 신비를 살아가면 한 몸이 됩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주고 인정할 때 오히려 하나가 되는 것... 이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삼위일체의 신비가 부부 안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신앙을 가진 부부는 이렇게 삼위 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면에서 비 신앙인들과 다릅니다.


보통 혼인 주례사를 듣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도 잘 안 듣습니다. 좋은 말씀인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고상하고 따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당이나 교회에서 결혼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따분하고 어려운 말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부터는 농담을 할까 합니다.

두 분이 만나서 사랑을 키워나가다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노래로 표현해 본다면, 이러한 노래들을 부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처음 예비신자로 성당에 나왔을 때, 서로를 보며 이러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그렇게 한두 번 만나다가 성당에 오는 날에는 정말 이런 노래 가사 말이 두 분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었을 것입니다.

♬♬ 오늘 유난히 헝클어진 머리 너무나 맘에 안 들어...♬♬

♬♬ 저기 보이는 표선성당, 오늘을 그녈 세 번째 만나는 날, 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있지만, 가슴이 떨려오네...♬♬

그렇게 만나고 사랑을 키워나가다 오늘 드디어,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 나 오직 그대를 사랑해, 그 사랑 변하지 마오. 우린 모든 것 다 주어요. 그대 나의 인생이기에...♬♬

그리고, 저를 포함한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이 두 분이 부르는 사랑의 하모니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고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 줍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 내내 이 노래만 계속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이상하게도 결혼 후의 삶은 이런 사랑의 노래만을 부르지 못하게 됩니다.
남편은 이런 노래를 부르며 술 한 잔 기울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 이렇게도, 사랑이 괴로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당신만을 만나지나 말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그 시절 그 추억이 또다시 온다 해도 사랑만은 않겠어요...♬♬

또 부인은 이런 노래를 부를지도 모릅니다.

♬♬ 처음에 사랑할 때, 그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밤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지금은 달라졌어. 그리는 나 보고 다 해달래. 애기가 되어버린 내 사랑 정말 골치 아파 죽겠네..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혹, 두 분께서 ‘지금 저의 결혼에 초를 치는 것입니까? 아니면, 부러워서 질투하시는 겁니까? 결혼도 안 해본 사람이 어떻게 압니까?’며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결혼을 안 해봐서 결혼 생활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알아도 남들의 결혼생활을 토대로 알게 된 피상적인 지식입니다.
사실, 저 역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너무 우습고,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반드시 경험을 해 보아야만 그 맛을 알겠습니까?
직접적인 경험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곧, 우리 삶 안에 늘 희로애락이 있고, 이런 감정들이 교차되어 나타나듯이, 결혼 생활 역시, 희로애락이 교차될 것이라는 것은 경험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알게 됩니다.

지금 부르는 사랑의 노래가, 괴로움의 노래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변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어떤 삶이라 하더라도, 삶이 다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괴로움의 노래가 무조건 거부하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사랑의 노래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괴로움의 노래를 부른 후에, 부르는 사랑의 노래가 더 고귀하고, 더 가치 있고, 더 아름다워서,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진리를 말입니다.

그렇게 사랑의 노래와 괴로움의 노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먼 훗날, 다정하게 손을 잡고 이러한 노래를 부르며 두 분의 삶을 되돌아 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치러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보고 또 보고 또 쳐다봐도 싫지 않은 내 사랑아...♬♬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앞으로 힘차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기도드립니다.
두 분께서도 이 목표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드리십시오.
그 기도가 참되고 진실하다면, 두 분의 바라고 원하는 것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두 분의 결혼을 맺어주시고 축성해 주시며 친히 완성시켜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와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이 여러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행복하고, 더 다정하고, 더 치열하게 살아가십시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두 분을 고이 잘 키워주신 부모님들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요, 효도일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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