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3 /[강론] 공평하신 하느님,원수사랑의 가능성[정호신부님]

2007. 3. 4. 오전 8:38:48

글자
복음의 향기 : 공평하신 하느님, 원수 사랑의 가능성
-정호신부-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하느님의 말씀은 언제나 좋고 옳기만 하지만 때론 우리와 너무 달라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우리는 신과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차이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찾는 것이기에 하느님의 바램은 항상 사람의 그림자처럼 따라 다닙니다.

오늘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사랑의 최고점이라고 불리는 원수사랑. 도대체 그것이 가능한지 사람들은 의심합니다. 그리고 이내 무리한 요구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느냐며 말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런 원수와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자체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단호한 입장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말씀 역시 변할 리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예수님은 그리 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말씀을 두고 원수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단순한 고집에서 도대체 왜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지 좀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과 더불어 다른 말씀 또한 들려주십니다. 그것은 원수를 사랑해야 함은 단순히 원수를 대상으로 그들을 사랑해주라는 명령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를 닮는 것임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 후에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을 대하시는 기준을 설명해 주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이른바 ‘공평하신 하느님’이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공평하신 하느님이 원수 사랑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예수님의 이야기는 이제 하느님에 대한 설명을 벗어나 우리 자신에게 던지시는 질문으로 변화합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느님께서 공평하시듯 우리도 공평하게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다.

예수님의 이런 말씀들은 원수 사랑의 다른 부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단순히 우리가 싫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관심을 두고 그것은 불가능한 것으로만 간주하지만 예수님이 공평하신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것은 원수 사랑이란 원수를 구분 짓는 사랑이 아니라 누구나 사랑하는 것을 말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좋아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별 의미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원수다, 아님 내 편이다라는 식의 구분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며 그것은 자신의 욕심이 사람에게 표현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수 사랑이란 하느님께서 세상에 움직이는 모든 사람의 모습과 내용에 상관 없이 모두 살 권리와 터전을 허락하시듯 우리 역시 우리 주변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 그런 맘으로 다가서야 함을 말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아니 나에게 원수와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행동이 곧 나의 악함으로 번지지 않도록 그에게도 같은 사랑을 베풀고 기도하기를 하느님은 바라신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가리지 않은 사랑을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원수 사랑의 진실이요,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다음과 같이 맺으십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원수 사랑을 해야만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원수마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든 이를 향한 사랑이 결국 우리를 거룩하신 하느님을 닮는 첫 사람의 모습을 갖추게 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간혹 우리를 힘겹게 하고, 혼동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분이 바라시는 사랑의 모습은 ‘모든 것에 모든 것’이 되는 사랑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가 만일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원수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늘 용서하시고, 사랑하시는 이유일 겁니다. 그러니 하느님처럼 완전한 사랑을 이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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