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 6 주간 화요일.불신앙의 씨앗 - 조성호 신부님

2007. 2. 14. 오전 9:25:52

글자

다해 연중 제 6 주간 화요일.

2007. 2. 13.

토평동.

창세 6, 5-8;7, 1-5.10.

마르 8, 14-21.

오늘의 복음을 알아듣기 위해서 우리는 이전에 어떤 말씀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사건 이후에 어떤 일이 이어지는지 아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오늘 사건 이전에 예수께서는 귀먹은 이를 치유해 주시면서 “에파타”(마르 7, 34)하고 외치셨습니다. 귀를 열라는 예수님의 외침입니다. 그리고 오늘 사건 이후에는 눈 먼 이에게 침을 바르시며 볼 수 있게 해주십니다. 들을 수 있게 해주시는 분, 볼 수 있게 하시는 분이 바로 당신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인데, 그것을 제자들은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제자들은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하고,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마르 8, 18)

예수께서 이렇게 제자들을 질타하는 듯한 말씀을 하는 것은 그들이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도 바리사이들이나 헤로데와 같이 마음이 완고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분명 예수님과 함께 머물면서 예수님의 사업에 동참하라는 부름을 받은 이들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분명 예수님 곁에서 그분의 삶에 동참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시는 사업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마르 8, 21)

빵으로 오천 명과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것은 숫자의 개념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를 배불리 먹이셨다는 것입니다. 당신 앞에서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배불리 먹이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빵 하나. 그것은 숫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들이 진정 원한다면 그분께서는 채워줄 수 있는 분이시기에 믿음을 구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의 능력을 보지 않고 빵을 바라보면 우리는 허기만 지고 굶주린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무엇을 들고 있든지 예수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빵 하나, 그것은 단순히 하나가 아니라 바로 성사의 은총을 일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이신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마르 8, 15)

예수께서는 늘 우리 안에 그런 불신앙의 씨앗이 숨겨져 있기에, 제자들이 빵 하나로 걱정하기 전에 먼저 조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곧 빵이 없다고 수군거립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께서 이렇게 매일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통해서 당신의 메시지를 보여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곧 투덜거릴 수가 있다는 것이죠.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마르 8, 17)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도 깨닫지 못한 것은 완고함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 경험 속에서 깨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그 완고함은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변화를 막습니다. 완고함은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오신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동정녀의 몸에서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가 아는 누군가에 의해서, 그리고 내 안에서 주님께서 역사하시고 당신의 사업을 펼치신다는 것을 이해하지도 깨닫지도 못한 채 흘리거나 무시해버립니다.

물론 제자들의 완고함은 바리사이나 헤로데의 완고함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예수께서는 “아직도”(마르 8, 17.21)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일말의 실망감이 감추어져 있는 이 단어 속에서 예수께서는 그러나 곧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신 것입니다.

누룩은 늘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어서 가만히 놔둔다면 언제 커질지 모릅니다. 불신앙의 누룩, 그것은 늘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어, 조심하고 주님을 향한 삶을 살지 않는다면, 주체할 수없이 커져버릴 것입니다.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에게서 보듯이 작은 부스러기라도 주님의 능력을 얻을 수 있고 오늘처럼 적은 빵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반대로 작은 누룩이라도 우리가 소홀하다면 그것은 부풀어 우리의 믿음을 앗아갈 것입니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마르 8, 21)

사실 주님을 이야기하고 주님을 매일 만나면서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 바로 나입니다. 그러나 매일 주님을 모시기에 주님을 이해하고 깨닫게 될 희망을 가진 존재 또한 나입니다. 아직 믿음이 크지 않은 나를 보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곧 깨닫게 해주십사하고 주님께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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