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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빵이 없구나!" 돌아보니 제가 지금까지 수도생활을 해오면서 옮겨 다닌 공동체도 꽤 여러 군데였습니다. 수도자들일 때가 좋은 것이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공동체가 있고, 또 형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때로 성향이나 성격이 잘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기도 하지요. 때로 서로를 못 받아 들여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룰 때도 있습니다(누웠다 하면 아침인 저한테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지요). "도저히 저 형제와는 못살겠으니 제발 좀 저를 다른 데로 보내주세요"라고 장상께 부탁드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심사숙고해보면,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형제가 다 선물입니다. 마음에 맞는 형제는 부담이 없으니 선물입니다. 내게 잘 대해주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아프기라도 하면 지극정성으로 챙겨주는 형제는 또 다른 예수님이십니다. 뿐만 아니라 내게 자주 상처를 주는 형제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성장시켜주니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이자 더없이 고마운 스승입니다. 이렇게 조금만 여유 있는 눈으로 이웃을 바라본다면 모두가 다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천사이기에 감사해야할 존재입니다. 한 형제가 있었습니다. 같이 살 때는 몰랐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 형제가 제게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제 영혼을 살찌우는 보약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형제들보다 쪼끔 늦게 수도생활을 시작했기에 나이든 지원자, 한물간 수련자, 맛 이간 유기서원자 생활을 했었지요. 돌아보니 한심하게도 나이 값도 제대로 못했던 어리버리 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그 때 그 때 정확한 노선을 잡아주던 그 형제의 잔소리, 쓴 소리가 당시에는 무척이도 귀에 거슬렸지만 지금 돌아보니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이었는지요?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길잡이요 스승이었습니다. 그 형제는 제게 있어 또 다른 예수님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바로 한 배에 모시고도 그분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실수를 범합니다. 예수님께서 빵 두 개와 물고기 다섯 마리고 오천 명을 배불리신 일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는데, 제자들은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이렇게 수군거립니다. "빵이 없구나!"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복음 선포 못지않게 빵도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모든 아쉬움과 배고픔을 원 없이 채워주시는 예수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바로 옆에 모시고 있던 제자들이 고작 빵 한 덩이 때문에 걱정들을 해대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가 차지도 않아서 제자들을 집합시켜놓고 혼을 좀 냅니다. "야, 너희들 정말 해도 해도 너무들 하는구나. 내가 빵을 많게 한 기적을 보여 준지가 바로 어제인데, 벌써 빵이 없다고 걱정들을 하다니… 정말 너희들 돌대가리 중에 왕 돌대가리들이구나.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느냐?"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우리 가족 안에, 형제 안에, 동료 안에 현존해 계시는 예수님의 흔적을 느끼고 발견해내지 못할 때 우리 역시 돌대가리가 되는 것입니다. |
[강론] 돌아 보니[양승국신부님]2007.02.13
2007. 2. 14. 오전 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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