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간 화요일> 다 알아들으셨습니까?- 이기양 신부님

2007. 2. 13. 오전 9:15:06

글자

<연중 제6주간 화요일>               다 알아들으셨습니까?

 

제 1독서 : 창세 6,5-8;7,1-5.10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복    음 : 마르 8,14-21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시는 예수님께 제자들은 먹을 빵이 떨어졌다고 엉뚱한 걱정을 합니다. 그 모습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답답해하시지요.
    “그렇게도 생각이 둔하냐? 너희는 눈이 있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면서도 알아듣지 못 하느냐? ”
   여러분들은 다 알아들으셨습니까?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이 말씀에서 우리는 누룩이 단지 빵을 부풀리는 효소 역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들을 수가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이나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누룩을 넣어 빵을 부풀렸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누룩은 사실 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유다인들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빵을 만들기 전에 반죽의 일부를 따로 떼어놓았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게 되지요. 이 부패된 반죽이 나중에 다시 새 밀가루 반죽에 넣어져서 누룩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누룩과 부패는 악의 상징으로 새 것을 부패시키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려고 할 때 들어와 다시 옛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 성질이 누룩의 특징인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것은 그들의 나쁜 행실을 조심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들의 지향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것이지요.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오로지 자기들만을 구원해 주는 메시아를, 그리고 현세적인 부와 권력을 가져다주는 메시아를 끝없이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로마의 총독이었던 헤로데 역시 자기의 권력과 재산을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지향은 오로지 세상적인 것에만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이들은 자기 자신과 세상의 것에만 집착을 하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것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모든 것을 봉헌하였다면 바리사이들이나 헤로데처럼 세상의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것은 그들의 잘못된 지향과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와 세상만을 위해 사용하려한 그들의 잘못된 삶을 조심하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실제로 제자들에게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는데 자꾸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지니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보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였습니다. 바리사이와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것은 세상적인 욕심이나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옹졸함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는 지금의 성직자나 수도자들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이는 또한 신자들에게도 그대로 해당이 되지요.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지나치게 현세적인 것에만 집착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재물이나 건강에 대해서 소홀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이 하느님과 이웃 사랑보다도 앞서게 되면 바리사이들의 누룩이나 헤로데의 누룩과 같이 그것이 우리를 부패시키고 말 것입니다.
   부모보다도 재물에 더 가치를 두는 사회는 쓰러져가는 사회입니다. 하느님보다도 재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스승 예수를 팔아 넘긴 유다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입니다. 또 재물의 축적이 부모와 자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패륜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과 재물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하느님보다 더 우선하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 그 개인이, 그 가정이, 그 사회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오로지 건강과 재물과 명예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 신자들이 이와 똑같은 흐름으로 흘러간다면 오늘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예수님의 경고의 말씀은 그대로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씀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세상이 아닌 하느님이며,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것을 놓치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학교의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날 선생님들이 학생들보다 재물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그 때부터 교육은 무너지게 됩니다. 정치인은 국민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자신의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있다면 그 나라는 무너집니다. 부모와 형제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과 배려가 우선되어야 할 관계에 재물이 끼어든다면 가정 질서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이 우선되어야 할 자리에 건강이나 재물, 권력이 우선시된다면 신앙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칫 이러한 유혹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오늘 세상의 유혹을 누룩에 비유하시며 이를 조심하라고 경고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우리에게 들려 주시는 말씀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누룩을 조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없는 혼돈과 불안, 갈등과 갈증 속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러한 혼란에 시달리고 있다면 바로 세워야 합니다. 하느님과 사람이 우리 삶의 중심이며, 무엇보다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생명이신 예수님 앞에서 빵이 없음을 걱정하고 있는 우매한 제자들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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