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13.화/들어라 - 이정호 신부님

2007. 2. 13. 오전 9:11:51

글자

2007.2.13.화

 

마르코 복음 8장 14-21절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들어라     이정호신부
언젠가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느 시골 본당에 연세드신 노신부님이 계셨답니다. 신자들이 별로 없어서
벽보고 혼자 미사드리는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대여섯 분의 할머니들을
모시고 미사를 거행하면서 정성껏 준비한 강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강론을 듣는 게 아니겠습니까. 신부님은 반갑고 놀라웠습니다.
이제야 신자들이 강론을 제대로 이해하는구나 생각하고선 미사가 끝나자마자
내심으로 강론에 대한 칭찬을 듣고자 문밖에 서서 인사를 하는 척하며
그 할머니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할머니가 나와 신부님의 두 손을 잡고
말씀하길 “신부님, 오늘 강론하시는 신부님 턱 밑에 난 수염을 보고 있자니
엊그제 집 나간 우리 집 염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다 나왔어요. 우리 염소가
얼른 돌아오도록 기도 좀 해주세요” 하더랍니다.
여러분은 내 걱정과 근심 때문에 들어야 할 말씀과 보아야 할 빛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고독
살아 있는 이상, 싫어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기습적으로 찾아오는 ‘고독’ 같은 것이다. 아무리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어도, 요즘 같이 화려한 봄 잔치가 끝없이 되풀이 된다 해도,
불현듯 찾아오는 고독 앞에서는 그 누구도 천하무적일 수만은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어떤 때는 스스로조차도 자신을 소외시킴으로써,
약을 바짝 올리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외롭게 함으로써,
자신과 말할 수 없이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될 때, 그럴 때는 내 목소리, 얼굴,
미소, 주름, 흉터 그 어느 것 하나도 생소하지 않은 것이 없고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람은 참으로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나약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불안, 의심, 혼돈, 절망 같은 불행하고 완고한 느낌들은 내가 나 자신을
소외시킬 때 다가온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정직한 수용과 생에 대한 겸손한
태도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비결이요 근본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 가해지는
어떠한 매도와 폭력 속에서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소외시키지 않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누구이며 삶이 무엇인지를 좀 더 분명히 알아 가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김혜윤 | 생활성서사 | <생손앓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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