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대신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를 시험하여 하늘의 표징을 요구하자 예수께서는 탄식에 찬 어조(語調)로 "이 세대에 보여 줄 징조는 하나도 없다"(8,12)고 말씀하시고는 즉시 달마누타(8,10)를 떠나 배에 오르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함께 배를 타고 가는 제자들에게 배 위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른바 선상(船上)에서의 설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오늘의 설교는 제자들에 대한 경고와 질타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배 위에서의 상황은 제자들이 배를 탈 때 먹을 빵을 한 덩어리밖에 챙겨오지 못했던 것으로 설명된다. 상황이야 어쨌든 예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신다. 누룩은 원래 부패에 대한 은유로 유다와 헬라 사회에 통용되었다. 누룩은 반죽에 침투하여 전부를 변화시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루가는 바리사이의 누룩만을 말하는데(12,1) 마르코는 헤로데의 누룩을 덧붙였다. 예수께서는 헤로데 일당을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위험스런 존재들로 보시는 것이다. 예수께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는 불신상태를 그들의 누룩속성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우이독경(牛耳讀經)인가? 제자들은 ’빵이 없다’며 서로 걱정한다. 사실 그랬을 것이다. 4,000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고 7광주리의 빵 조각을 남긴 기적(8,1-9) 후에 예수의 일행이 곧 배를 타고 달마누타로 갔다. 거기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시험과 요구를 물리치고 즉시 배를 타고 떠나게 되었으니 빵을 챙길 시간이 없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예수께서는 걱정하는 제자들을 질타하신다. 그들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여 아직 아무 것도 알아듣지도 깨닫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예수께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믿음을 가지지 못한 제자들을 나무랄 만 하다. 우매한 군중들, 백성의 지도자들, 바리사이와 율사들, 예수의 친인척과 고향사람들은 제쳐두고라도 제자들이 아직까지 믿음을 가지지 못한 것은 심히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믿음의 길이 멀고도 험한 것인가? 그러나 제자들의 불신은 다른 여느 불신과는 다르다. 비록 제자들이 오늘 배 위에서 13개의 입에 한 덩어리의 빵을 놓고 걱정했지만, 그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생명의 빵’이 그들 곁에 계시다는 것이다. 한 덩어리의 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생명의 빵’(요한 6,27)이다. 이 빵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이다. 언젠가는 제자들도 예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들은 믿음 때문에, 또 예수 때문에 자신의 전부인 생명까지도 바칠 것이다. 그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복음은 믿음의 그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