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간 토요일 /[강론] 연중 제 4주간 토요일[차성현신부님]

2007. 2. 3. 오전 10:07:48

글자
연중 제4주간 토요일

- 차성현 신부-


오늘 우리 예수님의 마음은 '가엾은 마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 사람도 가엾고 저 사람도 가엾고 온통 그 마음 뿐입니다. 예수님의 파견 명령을 받고 복음을 전한 후 돌아온 제자들이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습니다. 여행 길의 제자들이 고생하며 힘들었을 터인데 돌아와서도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밥 먹을 겨를 조차 없습니다. 수고한 제자들이 너무 가여워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십니다. 하지만 사람들도 참 대단합니다. 불붙은 그 열정을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온 동네에서 떼거리로 몰려와 먼저 와서 기다립니다. 갑자기 예수님의 마음이 또 가엾은 마음으로 가득찹니다. 그래서 직접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사람들도 가엾고 또 그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있는 제자들도 가엾고 사람들만 보면 온통 그 가엾은 마음 뿐 입니다. 지금의 우리를 보시고도 예수님께서 그 가엾은 마음을 가져 주셨으면 좋으련만, 사람들이 가졌던 그 열정도 또 제자들이 보여주었던 그 열심도 모두가 다 부족할 뿐입니다. 부족함만으로도 부끄러운데 눈에 딱 들어오는 한 글자가 부끄러운 우리를 더 얄밉게 만들어버립니다. '가서 좀 쉬어라'


  며칠 전 신문에 '휴가 위해 일하는 직원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회사 사람들의 우선 순위는 '일' 이 아니라 '놀기' 였습니다. 무슨 회사가 일을 먼저 해야지 놀기를 어떻게 먼저 합니까? 그런데 지난 수요일에도 그 회사는 직원의 반인 12명이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일보다 놀기를 우선으로 하는 회사, 정말 다니고 싶은 회사이지 않습니까? 그 회사 대표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에 치이면 결코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업무의 우선 순위는 당연히 놀기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너무 존경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놀기'라면 우리 신부들도 결코 빠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놀기'라고 부르기 보다 오늘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선물로 주셨던 것처럼 '휴식'이라고 즐겨 부릅니다. 우리들처럼 자유롭게 휴식을 누리면서 사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대개 월요일에 우리 신부들은 휴식의 시간을 가집니다. 무엇이나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산으로 바다로 운동이며 등산 혹은 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생활도 함께 즐깁니다.  때론 쿡 쳐박혀 실컷 잠을 자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기에게 필요한 휴식을 취합니다. 이렇게 하루의 휴식을 만족하게 보내고 나면 나머지 일주일도 행복하게 지나갑니다.


  지난번 언젠가 한번은 월요일 휴식을 잘 계획해서 떠났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별로 상쾌하지 못하게 보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먼 길을 달려와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때 였습니다. 아가씨 같은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제 차 번호랑 자기 차 번호가 똑 같다고 했습니다. 잠깐이지만 처음으로 그런 순간에 너무도 친절한 인사를 받았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느낌이 남 달랐습니다.  처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그 말 몇 마디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보통 때와 달리 전혀 아깝지 않은 통행료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말 한마디에 이렇게 마음이 평화로울 수가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세웠던 계획보다 한마디 말이 더 큰 휴식이었습니다. '가서 좀 쉬어라'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다시 떠오릅니다. 제자들도 아마 예수님의 이 말 한마디에 피로가 한꺼번에 다 풀렸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참 휴식이라는 것도 결국은 하느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보다 놀기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훌륭한 회사로 성장하듯이, 휴식 가운데서도 주님의 평화를 맛볼 수 있는 우리들의 삶이 더 행복한 신앙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휴식 같은 말을 정말 더 자주 많이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고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한마디 말로 하느님의 평화를 느꼈는데, 하물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것을 아낄 수가 있겠습니까?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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