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간 목요일 강론
복음 : 마르코 6, 7-13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우리들은 보통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여행 가방을 준비합니다. 차비와 숙박료 등 여비를 준비하고 갈아입을 옷, 먹을 것들을 철저하게 준비한 후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여행의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다 두고 떠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을 강하게 키우시기 위해 그렇게 하신 것일까요? 옛말에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고생을 통해 제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신 것일까요? 우리는 이런 질문들의 답을 예수님께서 단 하나 가져가라고 허락하신 물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지팡이는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먼 길을 걷느냐고 지친 여행자에게 지팡이는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소중한 지지대였습니다. 그리고 지팡이는 들짐승들이나 강도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지팡이는 여행자들의 여행을 돕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지팡이만큼은 가져가라고 하신 것이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자신의 시 ‘귀천’에서 죽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죽음이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이라면 이 세상의 삶은 소풍 곧 여행이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앙을 지키며 사는 우리의 삶 또한 신앙의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지금 이 세상에서 신앙의 여행을 하고 있는 나그네인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의 삶이라는 여정 안에서 신앙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는 나그네들입니다. 신앙의 나그네인 우리에게 여행자의 지팡이와도 같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믿음입니다. 믿음은 우리 신앙의 여행길을 지탱해주는 지팡이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신앙의 여행길을 방해하는 불신과 의혹, 유혹과 번민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줍니다.
여행자의 빵이나 여행보따리, 전대의 돈 등은 여행을 잘 하기 위한 준비물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의 여행에서 우리의 준비물들은 무엇일까요? 성지순례를 가거나 성경을 읽고 공부한다거나 매일 기도를 한다거나 희생과 봉사활동들이 우리의 준비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행을 잘 하기 위해 준비물들을 준비하는 것이지 준비물들을 준비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준비물을 챙기느냐고 여행을 제대로 못한다면 그 여행은 안 간것만 못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신앙의 여정은 하느님께로 나아가기 위한 여행이지 봉사활동, 성경공부, 기도와 희생을 위한 여정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다른 것들을 하는 것에만 마음을 뺏겨서 그 일들의 목적인 신앙과 믿음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안 한것만 못할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다 두고 지팡이만을 가져가라고 하신 예수님의 명령은 그 목적에 충실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명령을 따라 지팡이만을 들고 여행을 떠난 제자들은 모두 그들이 간 고장에서 환영을 받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돈이 없어 곤란해 하거나 굶거나 고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작 필요한 것은 주님께서 다 챙겨주실 것을 믿었고 주님께서 챙겨주셨기 때문입니다. 마태오 복음 6장 30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서 있다가도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너희야 훨씬 더 잘 입히시지 않겠느냐?”라고 말입니다.
우리 자신의 노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노력과 능력만을 믿고 그것에 매일 때 우리는 예수님이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를 돌보아주시는 예수님을 믿고 그 믿음에 의지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야만이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가 이루기 원하시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