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봉헌 축일 2007-2-2
루카 2,22-40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예수님의 탄생 후 40일이 지난 다음, 산모였던 성모님의 정결례와 함께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봉헌되는 예수님을 향해 예언자 시므온이 이야기한 대로 모든 이에게 구원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신 예수님을 기념하며 우리는 한 해 동안 주님의 빛을 밝혀줄 초를 축복했습니다.
주님의 빛을 밝히는 초를 축복한 것처럼 우리 자신의 삶도 주님을 드러내는 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전임 교황님이신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봉헌생활’이 있습니다.
‘봉헌생활’ 104항에 이러한 대목이 있습니다.
봉헌생활의 핵심은 무엇인가? 반드시 봉헌생활을 서약하지 않더라도 사랑과 복음화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시급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이면 왜 이러한 생활을 해야 하는가? 인력의 낭비가 아닌가? 하는 말을 자구 듣게 됩니다. 그러한 질문은 언제나 있어왔기에 복음 안에서 드러난 예수님의 말씀이 이를 잘 드러냅니다.
요한복음(12장 7절)의 ‘베다니아의 향유 이야기’에서 “이 향유를 팔았다면 삼백 데나리온은 받았을 것이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을 턴데…….”라는 효용성의 가치에 대해 “이 여자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가장 적절한 대답이라고 하셨습니다.
순수한 사랑의 행위로 쏟아 부은 마리아의 향유는 모든 가치를 직접적인 효용성과 성과물로 판단하는 현대의 실용주의 사고와는 전혀 다른 표징이며 이를 초월하는 ‘가없는 헌신’의 표징입니다. 남김없이 “쏟아 붓는” 그러한 삶에서 온 집 안을 가득 채우는 향기가 풍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서 교황님은 109항에서 봉헌된 사람들에게 부탁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봉헌된 사람들에게 호소합니다. 이 세상 인간 실존의 길을 밝혀주는 거룩한 아름다움의 빛이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하느님께 대한 여러분의 봉헌을 최대한 실천하십시오. 세상사의 온갖 염려와 걱정에 묻혀 살면서도 동시에 성덕으로 부름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여러분 안에서 신앙을 통하여 하느님을 “보는” 깨끗한 사람들, 곧 성령의 활동에 순종하며 자기 소명의 은사와 사명에 충실하고 결연하게 매진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봉헌생활은 모든 사람이 “필요한 것 한 가지”(루카 10,42)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혜입니다. 교회와 세상 안에서 생활과 활동과 말로써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것은 봉헌생활 고유의 사명입니다....
여러분은 매우 특별한 의미에서 그리스도께 속하여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그리스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우리의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저를 어떻게 하시든지 감사드릴 뿐
저는 무엇이나 준비되어 있고, 무엇이나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저와 모든 피조물 위에 이루어진다면
이 밖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도로 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하옵기에
이 마음의 사랑을 다하여 제 영혼을 바치옵니다.
하느님은 제 아버지이기에
끝없이 믿으며 남김없이 이 몸을 드리고
당신 손에 맡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저의 사랑입니다.
봉헌생활의 본질을 잘 나타내는 샤를르 드 푸코의 기도문입니다. 우리의 봉헌생활이 ‘하느님께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랑’으로 계속 이어지며 그 사랑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나 자신을 내어맡기는 봉헌의 삶이되기를 오늘 주님 봉헌 축일을 맞이해서 기원하고 희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