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 2 주일/될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음 - 조성호 신부님

2007. 1. 15. 오전 10:02:57

글자

다해 연중 제 2 주일

2007. 1. 14.

토평동.

이사 62, 1-5.

1고린 12, 4-11.

요한 2, 1-11.

오늘의 주제 단어를 찾으라면 포도주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포도주는 이미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하느님나라를 잔치에 비교할 수 있다면 그분과 함께 사는 것은 잔치를 벌이는 것과 같습니다. 축제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이전까지와의 삶이 아닌 주님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상징하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그 삶의 맛이란 달콤한 것입니다. 이전까지 맛보았던 것과는 다른 감히 비길 바가 없는 맛이라는 것이죠.

혹자는 이 기적을 바라보면서 예수께서 축의금이나 결혼 선물을 들고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의 제자들이 오심으로 인해 술이 모자랐다고 말합니다.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술을 말로 퍼마셨기 때문에 모자라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거론의 가치가 없습니다. 요한은 술이 왜 떨어지게 되었느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예수께서 이전까지와는 비교될 수도 없는 새포도주이시다라는 것을 알리려고 예수의 기적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도주가 떨어졌다’, ‘포도주가 없다’‘모자라다’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의 ‘모자라다’는 의미는 ‘부족하다’, ‘열등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즉 새포도주에 비해서 그동안의 포도주 헌포도주는 모자란 것이 있다는 것이고,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죠.(구약은 완성되어져야 한다)

“물독에 물을 (가득) 채워라.”(요한 2, 7)

여기에서 독에는 두세 동이를 담을만하다고 했는데, 이 동이는 부피 단위 ‘메트레타스’로서 약 34리터를 의미합니다(40리터 정도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세 동이로 치면 한 독에는 34×3=102리터(40x3=120). 6 독이니까 모두 612리터(720리터) 정도 됩니다. 한 사람이 500cc 맥주를 두 잔 마신다(주량을 1000cc로 잡을 때)고 해도 612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이니까, 물독을 가득 채우라는 말씀은 예수께서 아예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려고 작정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것이 이미 포도주가 다 떨어질 정도였으니 이미 어느 정도 마신 상태이고, 그 숫자도 조용필 콘서트도 아니고 혼인잔치에 당시 어림잡아 600명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일테니 말입니다.

이것이 설마 너네 많이 처먹으라는 뜻이겠습니까? *^^* 가득히 채우라는 것은 우리 인성을 채우라는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모든 것을 채워 주시는 예수께서는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삶을 필요로 합니다. 나 없이 그리스도는 없습니다. 왜? 그리스도는 구원자이시고, 내가 구원받지 않는다면 그리스도란 이름은 나에게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돌려 말할 때 내가 그분의 뜻을 따를 때 ‘나’는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을 버리고 새로운 포도주를 붓는 것이 아니라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것입니다. 내 삶을 채워야 합니다. 내 모든 것을 그분의 명령대로 살아야 합니다. 하인들이 그분의 명령에 따라 물독을 가득 채우듯 그분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귀를 기울였다가 그분의 말씀대로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잔치 주관자)에게 날라다 주어라”(요한 2, 8)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일꾼(봉사자)이 물을 떠가니까 잔치 주관자가 맛을 보는데, 가히 환상적입니다. 이야, 사람들은 처음에는 좋은 것을 내놓았다가 나중에 취하면 그까이꺼 대충 내놓는데, 이 사람은 다르구나. 그렇죠? 우리도 역시 그렇습니다. 노래방에 가서도 18번 먼저 불러서 내가 노래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죠. 그러면 일단 잘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다음에는 좀 잘못해도 원래 실력은 그렇지 않은데 라고 생각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말이죠? 이 잔치 맡은 사람은 이 출처를 모릅니다. 그저 감탄만 할 뿐이죠. 믿음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저 그 순간에 감탄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의 참맛은 그분과 함께 있고, 그분의 뜻을 따랐던 이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요한 2, 9)

함께 하고 있고, 함께 맛보고 있어도 계속해서 그분의 뜻을 따르고 그분과 함께 하던 이들만이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미사 전례에 참례해도 그 맛을 모른 채 떠나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삶속에서 그분의 뜻을 따르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그 맛을 느끼면서 기쁨을 담고 갈 것입니다.

여기에서 또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예수님의 믿음입니다. 늘 당신께서 함께 계시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그분께서는, 늘 아버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믿음의 모범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5천 명을 먹이실 때나 죽은 나자로를 살리실 때나 그밖의 기적들을 행하실 때 그분께서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음을 표현하셨습니다. 믿음이 무엇인지, 기적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어머니 마리아가 옛 계약을 인도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 5)

이것이 어머니 마리아의 탁월한 점입니다.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고리에 마리아가 서 있습니다. 비록 신은 아니나 당신의 몸으로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고, 그의 믿음으로 구약과 신약을 연결합니다. 이처럼 완벽한 신앙이 있습니까?

연중시기의 첫 주일. 우리는 이 말씀을 들으면서 주님과 함께 공생활을 시작합니다.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정말 주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귀를 기울이면서 그분의 뜻대로 사는 신앙인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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