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일 강론
복음 : 요한 2,1-11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은 카나에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첫 번째 기적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시작이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종교나 문화권의 신화나 전설을 보면 시작부터가 남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불교의 석가모니는 태어나자마자 세 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세상을 다스리던 거인에게서 태어났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믿는 예수님께서는 누추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다른 종교의 시작에 비하면 참으로 조촐한 탄생이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첫 기적은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기적이었습니다.
좀 더 크고 거창하고 모양새 좋은 기적꺼리도 많았을 것입니다. 모세처럼 홍해를 둘로 가른다든지 아니면 하늘에서 불을 내린다든지 하는 기억에도 오래 남고 인상도 강한 기적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물을 술로 만드는 기적을 당신의 첫 기적으로 택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왜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하셨을까요?
물, 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우리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은 물 없이 3-4일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물이라면 우리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물은 생명으로 표현됩니다.
술, 술은 예로부터 제사 때 신에게 바치는 음료였습니다. 지금은 술이 흔해서 쉽게 마실 수 있었지만 옛날에는 술이 귀해서 제사 때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술은 신의 음료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물은 생명을 의미하고 술은 신의 음료였습니다. 그렇다면 물을 술인 포도주로 바꾸신 예수님의 이 기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적은 단지 그 기적을 일으켜서 나타나는 효과만을 위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기적은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기적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해줍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은 바로 물로 표현될 수 있는 우리의 생명을, 물을 마시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생명을 포도주로 표현되는 신적 생명으로 즉,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으로 변화시켜 주신다는 예수님의 인류 구원계획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물을 단지 3-4일만 먹지 못하면 죽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연약한 인간을 포도주로 표현되는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으로 변화시키시겠다고 오늘 복음의 기적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미사 중 사제가 예물을 준비할 때, 성작에 포도주를 담고 포도주에 물을 섞으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이 물과 술이 하나 되듯이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의 신성에 저희도 참여하게 하소서.’
그리고 이 기도를 통해 사제는 물과 술이 섞여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물로 표현될 수 있는 우리의 인간적인 생명이 술로 표현되는 하느님의 영원한 삶 안에 섞이기를 청합니다.
또 사제는 섞여서 하나가 된 물과 술처럼 우리도 이 미사 안에서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그 섞인 물과 술이 성변화를 통해 예수님의 성혈이 되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우리를 변화시켜 주시기를 청합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물을 술로 변화시키시는 카나의 첫 기적을 통해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계심을 그리고 술로 변화된 물처럼 우리도 변화시켜 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미사 중에 그리고 생활 중에 기도를 통해 물이 술로 변하듯이 우리도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