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빈 자리-12월 4일(월) 명동 성당 대림절 특강-김정진 수사(예수 고난회)

2006. 12. 11. 오전 9:29:40

글자

+ 찬미 예수님!

 

12월 4일 오후 7시 명동 대성당에서 있었던 대림절 특강 내용을 소개합니다.

 예수 고난회의 김정진 마티아 수사님께서 '빈자리' 라는 주제로 대림절 특강을 해 주셨습니다.

 

시작 기도 : 성모송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면서 대림절을 잘 지내기 위해 이 강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20년 전 얘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수도원에서는 서원를 할 때 관구장 앞에 무릎을 꿇고 두손을 관구장님 순에 넣고 청빈 정결 순명의 서원을 하게 되는데 본인은  순명을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를 반문하면서 한참 후에 시간을 끌며 작은 소리로 '순명' 서원을 했다며, 이 순명 서원 때문에 할 수 없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답니다.

수련장께서 수사님이 순명 서원을 하지 않고 뜸드리자 '나 서원 않할거야' 하며 박차고 일어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 하더라고 서원이 끝난 다음에 얘기했다고 합니다.

 수사님은 25년 수도생활을 하는 동안 20년을 주로 건축과 집수리하는 일에 힘썼기에 당신 주변에는 각종 공구와 도구가 즐비하게 있다고 합니다.  널려져 있는 주변을 정리하면 비로소 작업 공간이 생기는데 그곳이 바로 '빈 자리' 입니다.

 

 오늘 여기 오신 어른들께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어른들은 일제말기에 어린아이셨던 분들, 6*25동란에 삶과 죽음을 경험한 분들,그리고 60-70년대 '잘 살아 보세' 시대를 겪은 어른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당신들이 겪은 경험과 모든 체험 그리고 그 지혜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그것이 잘 되지않아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해주려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원로들에게 "여러분의 근심 걱정을 그 분께 맡기십시오" 권고 했듯이 저도 여기 계신 어른들께 '이제 그만 모든 고통과 슬픔을 끌어 앉고 기도하는 생활로 돌아가시라' 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들이 마련할 '빈 자리' 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생활 역시 별다른 생활이 아니고, 모든 걱정을 접고 그저 기도하는 생활 그것이 수도생활입니다.

걱정을 놓고 자녀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이웃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의 평화가 올 것입니다.

그 자리에 예수님께 오시면 그곳이 '빈자리' 입니다.

 

자매님들께도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에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셨습니다.

저는 형제가 7남매인데 그 가정의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은 여인네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여인들에게 주신 섬세한 마음, 사랑의 민감함을 통하여 가정의 평화와 화목을 이끌어 가도록 세상를 이끄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인에게는 가정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하느님께서 주신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마치 요리로 치면,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듯, 가족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기보다 오히려 내 입맛에 맞는 가정의 평화를 만들어 오지 않았는가?

내 입맛에 맞는 요리를 포기하고 가족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 때 하느님이 오실 자리 곧 '빈자리' 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12월 매일 미사 표지에 보시듯이 성모님 성화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 성모님의 모습을 내 얼굴에 담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아기 예수님이 오실 '빈자리' 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가난과 물질의 풍요로움이 뭔지 잘 압니다.

 

 여러분과 수도자의 차이가 있다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코-스가 다소 다를 뿐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낮에는 온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밤에는 잠 안자고 열심히 성체조배하면서 그분의 고통을 몸부림치며 살았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100% 공감하며 살았습니다.

 

 수도원에서 수년간 사목을 하면 유학도 갈 기회가 주어지고, 유학을 다녀온 후 수년간 사목을 하면 안식년도 주어지지만, 잡일만 했던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관구장님께 수도원을 그만 둘 생각으로 산에 가 있겠다는 청을 드리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도 관구장님께서 허락을 해 주셔서 문경새재 주을산 문턱에 자리잡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폭설로 인하여 발이 묶이게 되어 십자가를 걸어 놓고 온 종일 그분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정확지는 않으나 약 석달 가량의 시간이 흘렀고 감기에 걸려 고생이 막심했는데 고열로 인해 죽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인생을 그토록 바둥거렸던가? 하는 생각을 하니 허탈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며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몰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면서 깨달음이 왔습니다.

"하느님은 만물 위에, 만물 안에, 만물을 통하여 계십니다" 말씀을 절절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접하고 읽었던 그 구절이 그렇게 심금에 와 닿을 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나 자신이 수도원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은 나 자신의 자만심과 자신의 성취감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편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주여, ....잘난 체하는 마음 없이 하소서.......

나도 모르는 평화가 서서히 찾아 옵니다.

 

 가정과 삶의 터전인 직장에 매일 오가는 과정에서 예수님이 계시는 성당에 와서 "주님, 제가 여기 왔습니다" 하고 가시면 그 자리에 예수님이 오시는 '빈 자리'가 생길 것입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그 자리에 수많은 불협화음이 밀려나고 예수님이 오시는 '빈 자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마음의 불협화음, '주님, 제가 여기 왔습니다' 이 말 한 마디, 그 자리에 예수님은 오시고 우리는 변화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선한 욕심이 있습니다.

예컨대, 수도자인 저에게도 장남으로서 노모가 돌아가실 때 제 손에서 임종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 같은 마음이 내 마음의 평화를 깰 때가 있습니다.

 

 오시는 예수님께 동방박서처럼 해드리고 싶지만, 우리에겐 그럴 능력도 자격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내적 불협화음을 선물로 드릴 수 있을 뿐 아무것도 선물로 드릴게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답례품으로  당신이 가지고 계시는 평화룰 주십사고 청하여 그것을 제가 가져가겠습니다고 말씀드리고 반드시 그 평화를 가져와야 하는 것입니다.

 가져온 평화는 절대 나누려히지 마십시오. 어떻게 얻어 온 평화입니까?

나누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전철에서 어느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청할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동전과 지폐를  만지작 거리며 줄까? 말까를 반복하며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나눈다는 것은 그렇게 어렵습니다.

 

사람이 잘 먹으면 얼굴에 윤기가 돈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내가 평화를 잘 소화해서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 온 몸으로 발산할 때라야 나눔이 가능합니다.

"성당에 다니시는 분이시군요. 그러면 그렇지" 하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 평가를 받을 때 몸에서 몸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될 때 신앙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입맛을 포기하는 그 자리에 바로 주님의 평화가 자리하게 되고, 그 자리가 ' 빈 자리' 입니다.

이번 대림시기에 바로 그 자리에 아기 예수님을 맞아 들입시다. 평화의 예수님께서 그 자리에 오시길 기원합니다.  아멘.

 

글쓴이 : 서울가톨릭대학교 부설 서울가톨릭교리신학원 교리교육부 회장이신 최인용 요한 형제님이 듣고 요약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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