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있었다 - 이회진 신부님

2006. 12. 10. 오후 12:11:22

글자
올 한 해 제가 사는 공동체에서 시도한 작은 프로그램 하나는 “공소 순회 선교”였습니다.
수도회의 고유 카리스마이기도한 순회 선교의 정신을 실천하고,
제가 사는 남평 수도원이 오랜 동안 광주 대교구 내에서
신자들을 위한 피정과 영성 센터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기에 이를 접목시켜
광주 대교구 공소사목부와 연계하여 공소 순회 선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신청을 받아 공소에 가서 보통은 하루 동안, 때로는 일주일씩,
공소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강의, 기도, 성가 그리고 간단한 율동을 같이 하며
하느님이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순회 피정을 가는 공소에 계신 신자 분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입니다.
삶의 고단함을 그대로 간직한 거친 얼굴과 손과는 달리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을 그리워하며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여린 마음의 신자들이었습니다.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또 작은 사랑에 마음이 풀려 행복해 하는 마음을 가졌으며,
하느님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기다리는 분들이죠.

하루 동안의 피정을 마치고 드리는 파견 미사 중에 그분들이 손을 일일이 잡습니다.
“평화를 빕니다.”라는 인사말 대신에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동안
도시에서 만나던 신자들의 여리고 통통한 손이 아닌,
딱딱하고 거친 손을 잡으면서 그 손에서 느껴지는 여리고 따스한 생명을 느낍니다.

그분들의 손에서, 그분들의 눈에서 그리고 전해오는 마음에서
그분들도 역시 하느님을 기다리고 있음을 어쩔 수 없이 다시 보게 됩니다.

공소 순회 선교 프로그램은 내일로 올 한 해의 계획을 모두 마치게 됩니다.
함께 했던 수도회 형제들 역시 여러 다른 일들을 하면서도 함께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을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하느님을 희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갑니다.

하느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주간을 보내며
“기다림의 의미”와 “하느님이 채워주시는 우리의 희망”이 온전히 하나 되길 기도합니다.
그것이 저의 오늘 일꾼을 부르시는 주님께 대한 저의 “희망”입니다.

“주님, 당신이 잡아주신 손에서 느껴지는 사랑을 기억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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