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길을 마련하라...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10. 오후 12:12:08

글자

다해 대림 제 2 주일.

2006. 12. 10.

토평동.

바룩 5, 1-9.

필리 1, 4-6.8-11.

루카 3, 1-6.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듣기라고 하죠. 잘 못 알아듣더라도 계속해서 들으면서 내가 아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뜻을 알아내고, 그 핵심이 되는 말을 찾아내서 대충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말씀을 계속해서 들어보는 것입니다. 읽어보면서 자신이 알아듣는 것입니다. 신기한 것은 그냥 눈으로 볼 때에는 잘 안 들어오던 것이 들으면 잘 들어온다는 것입니다.(집에서 읽을 때에 놓쳤던 것이 독서를 읽는 이에 의해서 새롭게 들려오는 것도 바로 이 이치이다) 말씀을 계속해서 읽고 들어보십시오. 모두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말씀하시고자 하는 메시지를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림 제 2 주일, 오늘의 핵심어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이 소리는 내 소리가 아니고 누군가의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물론 주님의 소리입니다. 혼란스럽게 들려오는 이 세상의 여러 소음 속에서, 우리는 그 주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 소리가 그 수많은 소음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소리가 달라야 합니다. 그 다름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늘의 복음은 광야의 소리를 기억하라 합니다. 광야란 유혹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주님을 만나게 되는 장소입니다.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주님께 대면시키고 주님의 소리를 배우는 것이 바로 광야입니다.

우리는 아프면 그때그때 약을 먹습니다. 그러나 그 약을 먹으면서 낫고 다시 살고 한다 해도, 정기적인 종합건진은 필요합니다. 그것으로 병이 밝혀져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정기적인 건진(건강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리고 내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처럼 영적인 삶도 정기적인 건진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대림과 사순시기가 그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 나는 광야로 나갑니다.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주님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좀더 자신을 돌아보면서 영적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입니다. 자신을 성찰해보고 회개합니다.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기에 맞갖은 삶이 되도록 회개의 성사를 통해 거듭납니다. 고해성사는 겸손의 성사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직업이든 직책이든 혹은 가정에서든 자신의 목에 힘을 줄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목에 힘주며 살아왔지만, 고해를 하기 위해선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주님 앞에 자신을 겸손되이 돌아보면서 주님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겸손되이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제 우연히 새로 시작하는 MBC 창사 특집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적이란 드라마인데, 잘 나가는 주인공 장영철의 가족과 그의 주변이 얽힌 이야기입니다.(이력: 현 방송국 편성국장. 계열사 사장자리에 신청서를 내놓고 있다. 그의 인생은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이다. 명문대를 나와 그 어렵다는 방송고시를 통과, 보도국에서 프로듀서로 탄탄한 이력을 쌓고, 최연소 부장, 국장을 역임, 방송사 최대의 권력자리인 현재의 편성국장자리에 이르기까지 가히 승승장구였다. 유능하지만 교만하고, 이기적이고, 다혈질에 남에게 비열하단 말까지 듣지만 아랑곳이 없다. 남들 눈엔 이제까지 성공으로도 만족할 만도 한데 그는 만족할 수가 없다.)

어제 부분에서는 이 잘나가는 주인공이 암에 걸렸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으로 끝나게 됐습니다. 극 중에서 이 주인공은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을 알기 전에 친구와의 대화에서 냉랭하게 이런 말을 합니다.(60대 중반의 선배가 암에 걸려 죽는다)

“우린 언제든,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어. 나는 이것 하나만은 안다. 우린 모두 죽는다는 거야. 그러니 많이 살 생각 말고 잘 살 생각해.”

그런 그가 암에 걸리자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다고 없던 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극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다른 이의 죽음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죽음 그거 언젠가는 다 죽게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무력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죠.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삶이 전부인 양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신앙인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죽음의 현실 앞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영적 정기 건진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회개하며 적어도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릴 줄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소리를 살아야 합니다. 그 삶이 어떤 것인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이사야서의 말씀을 전하며 외칩니다.

“주님의 길을 마련하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라.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낮게 하라. 굽은 데는 곧게 거친 길은 평탄하게 하라.”(루카 3, 4)

삐딱하게 생각하지 말고 곧게. 깊게 패인 상처를 메우며. 자신을 높이지 말고 낮게. 거친 삶을 부드럽고 평탄하게 평화로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마찬가지.

주님의 소리가 되기 위해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회개하는 것입니다. 이 대림시기 동안 주님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되며, 성찰을 통해 자신의 모난 부분을 부드럽게 하고, 주님 앞에 더 겸손한 삶을 살게 되길 기도합니다. 그래서 오늘 1 독서의 승리 행진처럼 우리 삶의 발걸음도 승리를 거둔 개선장군처럼 씩씩한 발걸음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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