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산.

2009. 4. 15. 오전 11:20:05

글자


                          
                                 꽃산.

                           
                                    온 산들이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깊은 잠에서 깨어나 예쁘게 몸단장하고 있다.
                                    그 숲의 응달에도 진즉 겨울의 잔영이 가신 것 같다.
                                    쓸쓸하고 우울한 듯한 모습의 참나무,
                                    그 앙상한 가지에도 수액이 차올라
                                    분주하게 새 움을 틔우고 있다.
                                    겨울 가뭄으로 밭아버린 계곡이 속살 드러내고 있지만
                                    여기저기 진달래꽃 피는 소리가 가득하고
                                    연분홍 빛깔들이 성긴 나무 사이를 곱게 채워주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산벚나무도 붉어진 꽃망울을 하얗게 터뜨린다.  
                                    진달래꽃과 하얀 벚꽃 사이에서도 
                                    아주 작은 꽃 같은 느낌을 주는 연둣빛 여린 잎 위로 
                                    빛 알갱이들이 반짝이며 굴러 떨어지고 있다.                                     
                                    길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바위가 전혀 외롭지 않아 보인다. 
                     
                                    숲에는
                                    솔잎 스치는 바람 소리와 나즈막한 물소리
                                    그리고 하늘을 나는 청아한 새소리가 협연하는
                                    꽃들의 향연이 조용한 선율 속에 벌어지고 있었다. 
                                    환희의 봄 교향악이다.                                                                                      
                                    그 음악을 들으며 눈부시게 맑은 빛의 꽃 앞에 서 있으니
                                    조금은 조심스럽고 어렵게 느껴진다.
                                    마음이 닫혀서가 아니라
                                    발끝까지 시렸을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고
                                    그것도 모자라 제 생살을 찢고 나와야 하는 꽃,
                                    온갖 아픔을 다 겪었을 그들의 고통이 보여서이다.
                                    그러나 그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으며
                                    제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지도 않았다.
                                    참, 순수하고 교만하지 않은 꽃이다.
                                    그럴진데 어디 그 고운 꽃 한 가지라도 꺽을 수 있으랴. 
                                    날이 갈수록
                                    산들은 꽃들의 화사한 빛이 담긴 꽃등불을
                                    길목마다 환하게 켜놓으며 꽃산이 되어가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렇게
                                    산은 늘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았다.     
                                    산이 있는 곳에 으례 사람이 있었고
                                    사람이 있는 곳엔 꼭 산이 있었다.
                                    침묵으로 기다리는 법을 알려주면서 말이다. 
                                    봄이 오면                       
                                    꽃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힘들게 걸어 들어가던 산이었고
                                    죽어서는 꽃상여 타고 편안히 들어서던 산이기도 하였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는 그 봄의 꽃산에서 
                                    힘들 때마다 사람들은 삶의 용기를 찾고 희망을 보기도 한다.  
                                    날마다 바라보는 산,
                                    사계절이 셀 수도 없이 그 산에 드나들었지만
                                    각 계절마다 제 나름의 특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주는 삶의 심오함이나 경이로움은
                                    꽃과 연두빛, 그 새 생명의 기운으로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봄의 꽃산이 제일인 듯싶다.
                     
                                    일상을 벗어나 산에 오를 때마다                    
                                    산 넘어가는 세월이 언제나 저만치 앞서 간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점점 늙어가는가 보다.
                                    몸보다는 마음이 오래 머무를 것 같은 꽃산,
                                    현실과 꿈
                                    현세와 내세 
                                    그 경계 어디쯤인가 그 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피는 꽃은 같은데
                                    사람은 해마다 다르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탄식하는 
                                    옛날 당나라 시인의 시 한 구절도 있지만 
                                    오늘은                     
                                    봄 햇살 가득한 숲 속에서
                                    나도 그 고운 꽃이 되어 꽃산과 하나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원이레네오.

댓글 3

  • 2009년 4월 15일 오후 1:02

    자주 산에 오르지 못하지만, 어쩌다 인근의 산에 오르면 개나리, 진달래, 벛꽃 등 갖가지 많은 봄 꽃들을 접하게 됩니다. 봄날 꽃산의 부드러운 향기와 함께 자연스러움, 여유,평화를 간직하여 봅니다./감사합니다.

  • 2009년 4월 15일 오후 1:49

    저는 심장질환이 있다보니 높은 산은 못가요 수락산 정상은 그리워만 하지요 이레네오님 글과 사진을 보니 숨을 가쁘게 쉬더라도 가고싶네요 산은 진실해서 좋은 것같아요 그저 침묵으로 반겨주는 봄산에 피어있는 꽃구경을 나설까합니다. 자연과 벗 하는글 감사합니다.

  • 2009년 4월 17일 오전 10:26

    이영수님,최정혜님 감사합니다. 주님안에서 기쁨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좋은글나누기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