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을빛이 깊어지더니
저녁 바람이 쌀쌀하고
방바닥도 제법 찬 기운이 돕니다.
야,감기 조심혀라.
오늘 아침에 안부 물으려던 전화기는
오히려
늙으신 어머니 목소리로 젖었고
내 가슴은 그리운 어머니 얼굴로 젖었습니다.
평생을
마를 겨를도 없는 땀과 뜨거운 눈물로
자식들 다 키워 새 둥지로 떠나 보내고서도
무엇이 부족하신지
아직도
자나깨나 자식 걱정이 떠나지 않나 봅니다.
어릴 적에도
아버지에게 혼나던 자식보다
곁에서 더 가슴 아파하시고
자식에게는
텅 빈 주머니에서도 동전을 꺼내 주시던
요술쟁이 어머니이셨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머니 암 수술 받으시던 때나
아버지 뇌경색으로 병석에 계실 때에도
니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자식들은 미어지는 가슴으로
어머니의 낯선 손님이 되었었습니다.
이름 모를 들길의 저 풀들도
바람 앞에 꽃 피우던 제 삶이 다 있는데
이름조차 없는
어머니의 삶은 어디에 묻어 두셨는지.......
오래 전
눈 쌓인 골목길 나서던
외할머니 꽃상여 붙잡고 서럽게 우시던 날과
가랑비 오던 날
하늘로 떠나셨던 아버지 앞에서 흐느꼈던 날만이
어머니 자신의 삶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지금
자식을 키워봐도
어머니의 작은 가슴에
그리도 넓고 푸른 강물 같은 사랑이
어떻게
끊임없이 샘솟고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식에게
마음과 온갖 세월 다 내어 주시고
이제는
깊은 주름살과 가벼워진 몸만 남으신
어머니,
날마다
창 밖의 앞산 바라보시며
보고 싶은 자식들 얼굴과
듣고 싶은 자식들 목소리
파란 하늘에 가만가만 덧칠 하시는
늙으신 어머니의 그 야윈 손가락 끝에
하얀 구름처럼
흘러가는 덧없는 세월이
오래도록 걸리어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레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