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08. 10. 17. 오후 6:28:54

글자

   
               어머니.

          
                 가을빛이 깊어지더니 
                 저녁 바람이 쌀쌀하고
                 방바닥도 제법 찬 기운이 돕니다.

                 야,감기 조심혀라.
                 오늘 아침에 안부 물으려던 전화기는
                 오히려 
                 늙으신 어머니 목소리로 젖었고
                 내 가슴은 그리운 어머니 얼굴로 젖었습니다.
              
                 평생을 
                 마를 겨를도 없는 땀과 뜨거운 눈물로  
                 자식들 다 키워 새 둥지로 떠나 보내고서도
                 무엇이 부족하신지 
                 아직도
                 자나깨나 자식 걱정이 떠나지 않나 봅니다.

                 어릴 적에도
                 아버지에게 혼나던 자식보다 
                 곁에서 더 가슴 아파하시고
                 자식에게는 
                 텅 빈 주머니에서도 동전을 꺼내 주시던
                 요술쟁이 어머니이셨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머니 암 수술 받으시던 때나  
                 아버지 뇌경색으로 병석에 계실 때에도 
                 니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자식들은 미어지는 가슴으로
                 어머니의 낯선 손님이 되었었습니다.


              
                 이름 모를 들길의 저 풀들도 
                 바람 앞에 꽃 피우던 제 삶이 다 있는데
                 이름조차 없는
                 어머니의 삶은 어디에 묻어 두셨는지.......

                 오래 전  
                 눈 쌓인 골목길 나서던  
                 외할머니 꽃상여 붙잡고 서럽게 우시던 날과
                 가랑비 오던 날
                 하늘로 떠나셨던 아버지 앞에서 흐느꼈던 날만이
                 어머니 자신의 삶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지금
                 자식을 키워봐도
                 어머니의 작은 가슴에
                 그리도 넓고 푸른 강물 같은 사랑이
                 어떻게
                 끊임없이 샘솟고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식에게
                 마음과 온갖 세월 다 내어 주시고
                 이제는
                 깊은 주름살과 가벼워진 몸만 남으신 
                 어머니,

                 날마다
                 창 밖의 앞산 바라보시며
                 보고 싶은 자식들 얼굴과
                 듣고 싶은 자식들 목소리  
                 파란 하늘에 가만가만 덧칠 하시는 
                 늙으신 어머니의 그 야윈 손가락 끝에 

                 하얀 구름처럼  
                 흘러가는 덧없는 세월이  
                 오래도록 걸리어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레네오.

댓글 1

  • 2008년 10월 24일 오전 3:06

    작년 가을 배론성지 순례에서 자식을 애틋히 사랑하시는 대자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만나기 위하여 먼길을 마다하신 어머니의 모정,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시며 성모 어머니의 모습이십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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