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부부들이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8. 6. 25. 오전 8: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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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아무래도 군사령부에 근무하다보니 부대에서 여러 가지 부서의 실무자를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따로 병사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성당에 오는 병사들이나 면담을 요청하는 병사들이라도 잃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병사들과 다음과 같이 약속을 했다. 주일 미사에 나와서 신부님이 간부하고 이야기 하고 있더라도, 신부님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지나가면서 신부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찌르면 간부들과의 이야기를 중단하고 즉시 그 병사를 만나겠다. 이 말을 들은 병사들은 설마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실제로 병사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즉시 그 병사를 만났다. 이런 모습은 간부들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본당의 행사 때문에 본당 사목회장인 강 장군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병사가 내 옆구리를 꾹 찌르고 지나간다. 즉시 그 병사를 불러 면담을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조용한 방으로 데려가서 이야기를 하려는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죽고 싶다는 것이다. 이 병사는 군대에 오기 전에 결혼을 하여 아이까지 하나가 있는 젊은이였다.

“신부님, 저 죽고 싶습니다. 미치겠습니다. 흑흑!”
“다 큰 사람이 울기는 왜 울어? 무슨 일인데 그래.”
“제 마누라가 말입니다. 학교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닌다는 거니다. 군대에서 뺑이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거니까?”
“자네 사회 있을 때, 결혼했어? 지금 몇 살인데?”
“예 결혼했습니다. 지금 나이는 21살이고요. 대학을 다니다가 왔습니다. 마누라도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 엄마가 애를 내팽개치고 이러도 되는 거니까? 이놈의 새끼들, 다 쏴 죽이고, 나도 죽어버리겠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못 알아듣겠다. 자세하게 이야기 해 봐라.”
“제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마누라가 학교에서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고 깔깔대고 돌아다니는데, 마누라 단속 잘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요즘 마누라한테 전화를 해도 잘 안 받고, 면회도 잘 안 옵니다. 이거 무슨 사단이 생긴 것 같습니다. 신부님,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아주 미치겠습니다. 어떻게 좀 해 주십시오.”
“네 아내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어?”
“지금 저희 집에서 어머니와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랑 통화를 하면 그렇게 신경질을 냅니다. ‘왜 면회 안 오냐?’고 하면 ‘갔다 온 지가 얼마나 된다고!’하면서 핀잔을 주지 않나. 학교에 가서는 남자친구들 만나 바람이 나지 않나. 아주 미치겠습니다.”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신부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신부님은 결혼을 해 보지 않아 모르시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남편이 군대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말이 안 돼!”
“야 이 사람! 자네 나이가 21살이라면서, 그러면 지금 한창 여자로서 무르익을 나이인데, 자네한테 시집와서 아이도 낳고 시집에서 사는데, 네 아내라고 스트레스가 없겠니? 다른 또래 친구들은 지금 한창 멋을 내고 남자친구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게 지내고 있는데, 네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 안 그래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남편이라고는 지금 옆에 없지 집에 들어가면 눈치 봐야지. 그러다가 자네와 통화하면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은데, 너는 자신을 의심하고 퉁명스럽게 무뚝뚝하게 내 입장에서 말하고 있잖아? 그러면 어느 여자가 좋아하겠니? 너, 네 아내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한 적이 언제지 기억하냐? 그리고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 가면 남자들도 있잖아 같은 학과 친구이고 자연스럽게 만나지는 것이지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골라서 만나는가?”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군대에 있고, 자기는 사회에 있잖습니까? 나는 자유롭지 못하는데 다르죠!”
“다르긴 뭐가 달라! 너는 군대에 있으니까 시간이 가지 않는 것 같아도, 밖에 있으면 시간이 얼마나 빠르진 아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똑같아! 자네가 군대와 있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는데, 바꾸어서 한번 생각해 봐! 네 아내라고 스트레스가 없겠니? 어쩌면 너보다 더 심할 수도 있어!”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저는 군대에 있고, 제 마누라는 사회에 있는데 어떻게 저보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하십니까?”
“자네 아내가 친정집에 있으면 그래도 조금 나아, 그런데 공부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보아 하는데다가 너희들이 결혼한 것은 자네 둘이 사고 쳐서 결혼을 한 것 같은데, 너희 어머니 아버지의 눈이 곱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자네 아내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자네만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 줄 줄 알았는데, 알아주지는 못할망정,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잖아! ‘고생한다든지 얼마냐 힘드냐? 내가 제대하면 잘 해 줄 테니 참고 기다려 라는 말을 해 본적이 있냐?”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아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마누라보다는 군대 생활하는 제가 힘들면 힘들지 지가 뭐 그리 힘듭니까?”
“그게 자네의 문제야! 마누라는 바람피우는 것이 아니고, 자네의 따뜻한 말을 기다리고 있네, 오늘부터 전화할 때, 자네 입장에서 이야기하지 말고 따뜻한 말을 해 줘 봐!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달라진 자네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될 테니까!”
“신부님, 그런 것이 아니라니깐요. 정말 신부님도 제 마음을 몰라주시면 어떡합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네도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신부님 원망해도 늦지 않아. 그렇게 할래, 어떡할래?”
“알겠습니다. 신부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전화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몇 번이고 따뜻한 말로 계속 전화를 해 보고 안 되면 내가 찾아가서라도 해결 해 주마. 먼저 해 봐!”
“예, 알겠습니다. 신부님만 믿고 부대로 복귀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결과를 말해 주기 바란다. 잘 들어가라.”

나는 그 병사의 아내를 계속 두둔하였다. 젊은 나이에 아이를 갖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특히 또래들은 생기발랄한 삶을 살고 있는데, 이것이 무엇인가 싶어 매일매일 후회할지도 모르는 자기 아내의 입장을 내가 계속해서 두둔하니까 악이 올랐던 모양이다. 물론 본인들이 함께 저지른 일이다. 그러나 둘 다 자기 입장에서만 보고 있으니,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희망하며 서로가 화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다음 주일, 성당에서 보지 못한 젊은 여대생이 성당에 왔다.
그리고 한 병사가 희색이 만면하여 그 여대생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바로 ‘죽고 싶다!’고 나에게 달려왔던 바로 그 병사인 것이다. 나는 그 젊은 부부를 오라고 했다.

“신부님, 제 아내입니다. 예쁘죠?”
“그래, 아주 예쁘구나. 이제 화해를 했니?”
“언제 저희가 싸웠습니까?”
“지난주에는 자네, 마누라 때문에 죽겠다고 했잖아?”
“언제 제가 그랬습니까?”
“그래, 이렇게 좋은 사이가 되어서 좋다. 그런데 여기 자매에게 내가 하나 일러 둘 말이 있네, 자네의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힘들 거야. 그런데 군인이라는 것이 참 이상한 거야. 군대에 있으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해 져. 일반사회에 있을 때는 놀 거리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아서 바쁘잖아? 그러니깐 사람의 생각이 이것저것 분산되어 있어 하나를 골똘하게 생각하기 쉽지가 않지만, 군대는 할 것이 없어서 그런지 뭐 하나를 생각하면 골똘하게 생각하게 되지.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고, 별스런 잡생각이 많이 들어. 그래서 아내가 평상시와 다른 말을 하면 그것을 가지고 괜히 별생각을 다 하는 것이 군대라는 곳이야. 아내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이 긍정적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 왜냐하면 여기는 자기 마음대로 찾아가서 확인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내가 자매에게 부탁하는 거야. 남편이 군대 생활하는 동안은 자네도 힘들겠지만, 가능하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친구도 무사히 제대하고 자네와 둘이 행복하게 살 것 아닌가?”
“예 알겠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자네도 힘들다면 힘들다고 해. 그러면 이 친구가 자네한테 위로의 말을 해 줄 거야. 안 그러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혼내 줄 테니까.”
“신부님,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 좀 잘 부탁해요. 아직도 철이 많이 없어요.”
“그래, 나도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남자는 철들려면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자네, 내가 가르쳐 준 말 잊지 말고, 자네만 힘든 것이 아니고, 네 아내도 힘들다는 것 항상 명심하기 바란다. 오늘 오랜만에 둘이 만났으니 신부님이 부대에 이야기해서 외출을 보내주지.”
“신부님, 감사합니다.”

그 병사는 아내 때문에 죽을 결심을 한 사람 같지가 않다.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나와 이야기하는 동안 계속해서 자기 아내의 손을 만지고 눈을 쳐다보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바라보니 내가 좋았다.

댓글 6

  • 2008년 6월 25일 오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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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6월 25일 오전 10:12

    어려움이 닥쳐오면 언제나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나 신부님께서는 그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것 같아요 바쁜 시간 중에도 저희들과 함께 호흡해 주시는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건강하셔요

  • 2008년 6월 25일 오후 3:45

    오늘 가입했어요^^신부님 글 감동받았습니다 항상 곁에 있기때문에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것 같습니다 신부님~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날들 되시길 빌겠습니다^^

  • 2008년 6월 25일 오후 4:55

    자상하신 신부님, 감사합니다. 점점 무더워져 가는 날씨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2008년 6월 26일 오전 1:19

    주임 신부님, 더운 여름에 부부들이 재미있게 살기를 원 하시는 자상하신 신부님 !~ 부부의 고민거리와 갈등을 헤아리며 경험이 풍부한 사람보다 더 解決 을 잘 하시는 신부님의 놀라움에 敬意 를 표합니다^^+

  • 2008년 6월 26일 오후 6:38

    신자들을 사랑 하시는 마음 언제나 감사 드리며 영육간에 건강 하시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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