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에서는 신부님들이 아무리 당신이 맡은 성당이 맘에 들어도
4년에 한 번씩 발령이 나서 임지를 옮겨야 한다
신자들도 아무리 정든 신부님이 계셔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보내드려야 한다
무소위..
평생 가난을 주님 앞에 약속하고
아무 것도 가진 거 없음을 서약하고 엎드려
자신을 낮춰 주님 앞에 온 몸을 던지기를 맹세한 신부님들이
그저 제위 몇벌과 등기부에 아무런 먹물도
남기지 않은 채 임지를 돌아다니시며
신자들을 안내 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맘에 드는 신부님이 오실 때도 있고
맘에 안드는 신부님도 오실 때가 있다
신부님도 사람이라
신과 같이 완전치 않다보니
자신의 타고난 성품대로 강하게 신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신부님도 있고
선한 목자 다운 자상함으로 사랑을 실천하신 분도 있다
정말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성격이 특별한 신부님이 오실 때는 전임자가 아무리
잘 가꾸어놓은 꽃밭 이래도 꽃들은 시들고
병들어 분심 든 상태로
많은 신자들이 보따리를 싸 냉담기간으로 들어갈 때가 있다
우리가,
신부님들을 보고 성당을 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은 하느님보다
눈 앞에 보이는 신부님 앞에 쓰러져 버리는 경우
정말 가슴 아플 때가 왕왕 있기도하다
이런 기간이 오래되면 사막기간이라..
성직자는 하느님의 기름부음을 통해 부름을 받으신 분들이다
그분들도 인간적인 고뇌와 실수를 하면서
하느님 앞에 나아가신다
우리는 그분 들이 먼 가시 밭길을 걸으면서
혹여라도 잘못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내 자신의 더러움을 보지 못한 채
힐난의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우리는 그분들의 뒤에서 묵묵히
기도를 할 뿐,
절대로 판단을 하는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분들은 우리가 세상에 빠져 허우적 댈 때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고 안타까워 하시는것처럼
우리도 그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진정 신부님 한 분만 보고 휘둘러 지지 않은 진실된 신앙심을
갖은 사람들은 4년동안 수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많은 부분을
말 없이 감수해 가면서 말없이 기도하는 가운데
묵묵히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진정 신앙인 이란 생각이 든다
88년도에 영세하여 수많은 신부님들을 모시면서
정말 이런 저런 많은 성품의 신부님을 봐 왔지만
이번에 오신 신부님들은 본당 신부님이하 보좌 신부님까지
어쩌면 저렇게 자상하시고 위트있고
멋있는 분들인지
신자로써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보좌신부님은
청년이나 초등부터 중고등부까지
정말 사랑으로 친구처럼 형제처럼
밝고 깨끗한 하늘의 유리창에 챙 하고 깨지듯 낭낭한
목소리와 통통튀는 젊음으로 잘 이끌고 계신다
우리 아들 나이만큼밖에 안된 보좌 신부님이지만
주님이 선택하여 세우시고
키운 그 제사장이란 자리에서
하루 하루 흘러가는 동안
단단하고 강한 신부님의 어려운 길을 걸어
훌륭한 신부님이 되실 것을 의심치 않는다
가끔은,
미사시간에
"이것은 너희를 위해 흘린 피다..."
하고 축성을 하실 때면
정말 저 신부님의 말씀 한마디와 축성하나로
그 떡이 주님의 몸으로 피로 축성되어
우리에게 오시는 위대한 일을 해 내실 때
또한 미사 마지막 시간에
우리에게 뿌려지는
강복이
진정 복이 되어 우리에게 임할 때,
가끔은
울컥 하고 복받치는 감사앞에
입술을 깨물 때가 있다
오늘,
무지하게 추운 강추위에
일찍 미사를 하고 돌아오는길에
우리는 추워서
목까지 돌돌 돌려맨 목두리와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돌아가는데
성당 마당에서
얇은 수단만 입으시고
돌아가는 우리들의 손 하나하나를 잡아
웃어 주시는 모습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돌아오는 동안 내내 신부님들의 대한 나의
잔잔한 마음을 적어보았다
(지난 겨울에 써놓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