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맺은 계약에 충실하고 익숙해져 그 일을 하며 늙어 가라.
※ 교회법에 보면 사제들은 년중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의 피정 시간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쁜 일상을 벗어나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또 다시 하느님의 사랑을 재충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8일간의 피정을 마치고 왔습니다. 사실 매번 피정 때마다 그렇지만 이번
피정도 참으로 ‘좋은 시간들이었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번 피정에는 약 30여명
정도의 선.후배 사제들이 함께 했는데 참으로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피정 동안에 지도 신부님의 강의를 통해서, 또 다른 사제들과 함께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사제로서의 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역시 ‘부족한 부분이 참으로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늘 이곳저곳으로 다니면서
일을 해야 하는 직무의 특성상 기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기도를 게을리 한 점과 또한
사제로서의 내적 성숙을 위해 지속적인 면학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피정은 가톨릭 신학대학교의 기숙사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의 자연들, 즉 나무와 꽃들의
아름다움은 정말 다른 그 어느 곳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 같은데 바로
그런 신학교에서 그것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계절인 이 봄에 피정을 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신학교에서 피정을 하는 동안 예전에 제 자신의 신학교
생활을 머리에 떠올려 본 적이 많았는데, 그 때의 신학생 시절과 지금의 사제가 된 후의 제 자신의
삶을 비교해 보면 성소에 대한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들이 어느 정도 식거나 또한 퇴색해버린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히 피정을 하는 동안 때때로 산책을 하면서 신학교에 거주하시는 신부님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에 신학교에 오랫동안 사시는 연로하신 신부님을 만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
또한 이번 피정 중에 며칠 사이에 교구의 원로 신부님들 중 두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아무튼 그러한 선배 신부님들이 살아오신 삶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제로서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충실하며 평생을 살아오신 그분들이 참으로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피정을 통하여 저도 제 자신의 삶을 반성해보면서, 그러면서 또한 앞으로 예전에
제가 사제가 될 때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보다 더 충실하게 살아갈 것을 겸손하게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아울러 우리 모두도 처음 세례를 받을 때의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모습을 그려보면서, 앞으로의
삶에서는 세례 때에 하느님과 맺은 계약들을 참되게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신앙인들 이었으면 합니다.
- 직장사목 이승철(펠릭스) 신부 -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요한 16,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