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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왜 세상에 확장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까요? 불완전함을 숨기고 인간들만이 가장 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여 하느님께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하며 교만해졌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인간의 오만불손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권위를 빼앗으려고 갖가지 수단을 다 동원해 파괴 공작을 벌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러한 세력들에 가려 더 이상 세상에서 확장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님께서 마련하신 제자 공동체는 그러한 사람들 가운데 파묻혀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세상이 변화되기를 바라시면서 세상 사람들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겨자씨 한 알 속에 세상 창조 때부터 숨겨진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들어 있습니다. 빵 속에 들어가 자신은 없어져 버리지만 오히려 빵을 부풀게 하는 누룩처럼, 하느님께서는 세상 가운데 들어오셔서 세상 속에서 당신 나라의 신비를 드러내십니다.
이미 그분의 활동이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분 나라의 시민인 우리가 증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지 못한다면, 주님께서는 또 다른 이들을 뽑아 당신 나라의 증인으로 세우실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일꾼으로서 그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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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크고 화려한 것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세상이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는 세상이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으로 존재감 없는 병풍처럼 남들의 배경이나 되어줄 뿐이다.
그러나 작고 보잘것없는 겨자씨 한 알이 그 어떤 풀보다 크게 자라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이처럼 씨앗은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에로 열려 있다. 씨앗 속에는 미래가 있고 생명이 들어 있다. 그 가능성을 잘라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태아의 생명을 임의로 죽이는 낙태가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씨앗 중에서 과일의 씨앗을 생각하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과일의 살은 남을 위해 주지만 그 씨앗은 자기의 생명을 위해 번식할 목적으로 남는다. 그래서 씨가 여물기까지 과일은 먹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과일의 살이 익고 씨앗도 여물면 비로소 살은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먹히고, 씨앗은 자신의 살길을 찾는다.
씨앗 속엔 무한한 우주가 들어 있다. 물과 바람과 태양과 온 우주의 작용으로 이루어진 씨앗은 그 속에 생명의 핵을 지닌다. 생명의 핵으로 말미암아 무한한 가능성에로 열려 있다.
작은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수어진 작은 성체 조각도 같은 그리스도의 몸이듯,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물일지언정 온전히 하느님의 모습을 나누어 가진 존재다. 크나큰 우주 안에서 인간이 작은 존재임에도 하느님의 모상이듯이 말이다. 요아킴과 안나도 어리디어린 마리아가 하느님을 잉태하는 그렇게 큰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동훈 신부(원주교구 남천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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