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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주님과 함께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가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습니다. 이를 본 바리사이들이 안식일 법을 어겼다며 주님께 시비를 겁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이라면 당연히 절도죄로 고발당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배고픈 사람이 길을 가다가 밀 이삭 한 줌을 뜯어 먹었다고 절도죄로 몰아 부칠 정도로 인심이 흉흉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천 년 전에는 어떠했겠습니까?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인심의 후덕함 여부를 떠나, 안식일 법을 가지고 주님께 따지고 있는 것입니다.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기에 앞서 법을 먼저 따집니다. 이는 주님의 행위에 트집을 잡거나, 법을 앞세워 실추된 자신들의 권위를 회복하려는 욕심에 다름이 아닐 것입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법보다 사랑이 우선이며,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야말로 참된 예배임을 제시하시면서, 당신이 곧 안식일의 주인이심을 선언하십니다. 신앙인은 법을 따지기에 앞서, 주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의 실천이 삶의 기본 정신임을 언제나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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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 들어
◆한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에서 ‘행동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들어’ 라는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정말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리고, 반대로 예뻐 보이면 이에 낀 고춧가루도 애교로 보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 말씀 안에서 예수님에 대한 바리사이들의 태도가 그렇습니다.
제자들이 밀 이삭 몇 개 잘라먹은 행동을 가지고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세 가지씩이나 말입니다. 첫째, 추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둘째, 타작하지 말라는 조항에, 셋째, 키질하지 말라는 안식일 법에 저촉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보니 장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숨이 탁탁 막힙니다. 법 (法) 이란 바로 물이 흘러가듯 숨통을 터주는 것이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지나치게 법이나 규칙만을 앞세우면 세상살이가 삭막해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리사이들의 눈에는 율법만 보이지만 주님의 눈에는 율법 너머 배고프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자비가 필요한 이들이 보였습니다. 안식일은 법대로 지키고 안 지키는 것에 참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위하고 살리며, 이웃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날로 살아갈 때 그 참뜻이 있음을 명심합시다.
나명옥 신부(살레시오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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