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이러니?

1999. 12. 4. 오후 7: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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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집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집으로 배추 200포기를 실어 날으고 나니 몸에 힘이 쫙 빠지는 군여. (에구, 허리야!)  지난번에 들여온 배추가 다 썩어버리는 바람에 무지 손해만 봤는데 이번에는 동네 사람들이 김장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추 사세여! 배추 사세여!!)

오늘은 이래저래 집안에 일이 많아서 한나절 꼼짝없이 일만 했습니다.

아버지와 시장에서 배추를 다 실고나서 소주를 한잔 했습니다. (아십니까? 시장에서는 소주를  잔으로 파는데 일반 소주잔보다 잔이 조금 큼니다. 한잔에 500원이고 안주는 공짜인데 그냥 식당 조리대에서 아무거나 집어 먹으면 됩니다.)

소주를 잠깐 마시면서 시장 사람들 사는 예기, 자식들 예기, 그런 여러 예기들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 졌습니다. 조금 멀리서 저의 아버지와 시장 장사하시는 분들을 보는데 아버지의 모습이 왜그리 작아만 보이는지.... 나중에 보니 배추값 치르고 나신다음 주머니에 동전한푼 없어서 소주값 1000원을 외상으로 하시더군요. 집에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씁쓸 했습니다. 그런데 겨우 추스리던 마음은 집에 도착해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일 하시느라 아침도 제대로 못드신 어머니는 아무렇게나 퍼놓은 밥에 김치만 해서, 그것도 손님이라도 들어올까봐 쭈그리고 않아서.....

제 자신이 너무도 미워 졌습니다. 오늘만이 아니고 매일 이러했을 당신들의 모습을 이제서야 보게된 제 자신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꾸 눈물이 나와서 화장실에 한참 앉아 있다가 나왔는데도 눈물이 멈출것 같지 않아서 이 날씨에 덥다고 세수만 수십번 해대고....

약속 있는데 안 나가고 집에 붙들어 둬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무작정 차려 입고 나왔습니다. 혜화동인데 오늘따라 다들 일찍 가고 없군요.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야 겠습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요.

마음에 꼭 드는 아들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당신들 가슴에 못박는 일은 하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도 멀었는데 주님이 벌써 제게 선물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볼 수 있는 눈과 흘릴 수 있는 눈물을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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