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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9. 14. 오후 8:16:26

글자

동생 차를 타고 출근하는 바람에 우산 챙기는 걸 깜빡했다.

그래도 이럴 때를 대비해 회사에 하나 가져다 놓는 나의 준비성을 칭찬하며 사무실에 갔는데...

이런.. 정신 챙기는 것도 잊었나 보다.

열쇠를 두고 왔다.

 

열쇠와 우산과 함께 집에 두고 온 정신 때문에

오늘은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연휴 뒤 끝이라 그럴까?

우리 사무실 식구들도 다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핑계김에 나는 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라운지에 나와 앉았다.

(참고로 우리 사무실은 30층에 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챙겨서 창가에 기대 앉아 비듣는 소릴 가만히 지켜봤다.

 

비가 와선가?

갑자기 어떤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생각난다.

전체적인 건 하나도 기억이 안나지만 뭐... 대충 이런 장면이었다.

헤어졌던 남녀가 한강 둔치에 나란히 앉아서 얘길하고 있었는데.. 아마 다시 시작해보자는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자상한 남자 주인공.. 다시 해보려면 여자한테 잘보여야했었는지.. 뛰어가서 우산을 사왔다.

저만하면 됐네.. 자상하기도 하지.. 잘 되겠구나.. 뭐.. 근데.. 저 여잔 되게 튕기네..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여자는 끝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데.. 그게 안되는 이유였다.

 

’넌 우산을 2개 사오는구나...’

 

 

 

그 말이 참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우산을 2개나 사오는 참으로 자상한 남자..

 

 

 

가을을 타나 보다.

계절마다 다 이상 증세를 가지고 있어서 굳이 가을을 탄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래.. 아마 비 때문일거다.

이럴 땐 무얼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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