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이 반대한 핵개발을 강행하고도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은 1998년에 핵실험을 한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무기 기술 경제 금융 분야의 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핵심적인 제재는 원자력 관련 기술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었다. 2001년부터 부시 행정부의 태도가 돌변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하고 제재를 풀기 시작했다. 9.11 테러 이후부터는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협조한 파키스탄에 대한 제재도 완화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22일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재재부터 먼저 해제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했다.
<파키스탄의 대테러 작전 협조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는 제재를 풀고 파키스탄을 비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했다. 그들의 대테러 예산을 지원했으며 의회가 30억 달러를 경제원조 하도록 했고 우리 시장을 열어 파키스탄의 상품과 용역을 수입하도록 했다>
2005년 7월 부시 대통령과 인도 싱 수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인도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2008년 10월 미 의회는 이 협정을 승인했다. 이 협정에 따라 인도는 군사적 핵시설을 제외하고 민간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 기구의 사찰을 수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인도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정부가 나서서 의회, 국제원자력 기구, 원자력공급국가회의를 설득, 대인도 제재를 풀어 줄 것을 로비했다. 농축 및 재처리 관련 자재도 인도에 공급할 수 있게 했다. 핵확산 국가를 제재하도록 되어 있던 미국의 국내법이 국익 앞에서 무너진 것이다.
부시는 회고록에서 <미국-인도 원자력 협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민주국가와 가장 큰 민주국가 사이의 관계를 향상시키려는 우리 노력의 결정이었다> 면서 <인도는 인구가 10억 명이고 교육을 잘 받은 중산층이 있는 나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협정은 인도가 국제무대에서 맡을 새로운 역할을 알리는 역사적 거보였다>고 자찬했다.
인도 원자력 건설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10년간 15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미.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파키스탄에 막대한 지원을 해온 미국은 작년에 향후 5년간 군사지원 20억 달러와 민간지원 75억 달러를 또 약속했다. 파키스탄은 친중국가인데도 이렇게 특혜를 주었다.
부시의 암시?
1998년 3월 인도 총선에서 집권한 중도우파 정당(자나타)은 핵실험을 하겠다고 공약했었다. 바즈파이 총리는 취임 즉시 핵실험을 지시했고 두 달 뒤 지하 핵실험이 이뤄졌다. 그 직후 바즈파이 총리가 미국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한국이 핵실험을 한 후에 어떤 논리를 세워야 하는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핵무장한 나라(중국)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 나라는 1962년 인도를 무력 침공했다. 지난 시대에 두 나라의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으나 불신은 여전하다. 더구나 이 나라는 우리의 다른 이웃 나라(파키스탄)의 핵무장을 돕고 있다. 이 나라는 지난 50년간 우리를 세 번이나 침공한 적이 있고 테러공격을 부추긴 전력이 있다>
인도와 한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등 국력이 비슷하다. 적국에게 수많은 침공과 위협을 받아온 점도 같다. 물론 한국이 더 심한 피해국이다.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점도 같다. 그러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고 미국이 경제재재를 하고 한미동맹을 해체하겠는가? 그럼 핵무장을 한 한국이 철강생산량에서 세계 전체의 50%(약6억t)이고 3조 달러의 외환보유고(2위인 일본의 세 배)에 연평균 9%(복리)의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 편으로 기울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은 2008년에 아무런 양보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정권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준 나라이다. 천안함 테러를 자행했지만 재지정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런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제재를 가한다면 미국의 여론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나온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회고록에 묘한 대목이 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저지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일본, 한국, 대만이 북한의 핵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을 추구하는 날이 온다면 중국은 자신들의 현재 태도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2002년 10월 당시 미국 대통령 부시는 강택민 중국 주석을 크로포드 목장에 초청하여 회담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부시 회고록).
“미국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 영향력을 중국은 긍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우리 두 나라가 이를 결합시킨다면 근사한 팀이 될 것이다.”
강택민은 북한은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이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라고 말했다. 몇 달을 기다려도 진전이 없자 부시는 새로운 논법을 동원했다고 한다. 2003년 1월 그는 강택민에게 '만약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통보하면서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군사적 공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부시는 회고록에서 6개월 뒤 6자 회담이 열린 것은 이 압박 때문이란 투로 이야기했다. 미국은 겉과 달리 '일본과 한국이 핵개발 카드를 써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같은 부시와 럼스펠드의 말은 "왜 한국은 핵개발을 추진하지 않는가. 그렇게 해야 중국과 북한의 억지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이 NPT를 탈퇴하고 자위적 차원의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나와도 우리는 반대하는 척만 하겠다"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2015년 연합사 해체 전에 핵무장해야
지난 3월3일 애국단체총협의회 주최 자위적 핵무장 관련 심포지엄에서 박정수 전 해병대 준장(워 게임 전문가, 전 연합사 대항군 사령관)은 ‘북한의 핵무장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1. 한국이 무력위협을 받지 않고 영토와 영해를 지킬 수 있는가?
2.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이 가능한가?
3. 한국이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를 누리고 번영을 지속하며 선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가?
박 장군은 3가지 질문의 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정권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미국과 일본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되면 한국은 북한의 '핵인질'이 될 것이다. 북은 다양한 핵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핵전력과 재래식 무기와 종북세력을 결합시킨 여러 가지 공세가 가능하다. 국지도발, 전면남침, 핵공갈 등 여러 방법으로 남한 적화나 주한미군 철수를 유도하려 할 것이다. 박 장군은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은 북핵에 대한 억지력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핵우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으나 조약의 실행은 미국의 헌법절차 즉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불완전한 약속이다.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자동적으로 유발하는 한미연합사는 2015년에 해체된다. 북한의 끈질긴 주한미군 철수 공작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핵우산을 억지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억지력이 되지 못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면 미국은 한반도에 개입하는 것을 억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국민과 의회는 핵 전장에 아들 딸들을 보내지 않으려 할 것이고 남북한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은 판단할 것이다. 핵과 같은 국가안보의 치명적인 위협에 대한 억지는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핵우산'이 결정적으로 약화되는 2015년 한미연합사 해체 전에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일종의 시한 속에 있는 셈이다. 6자 회담에 절망한 국민들의 분노가 '자위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압도덕 여론을 만들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핵무장을 공약하는 후보와 정당이 나오고 그 공약 덕분으로 집권할 수 있어야 자위적 핵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