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金熙相) 장군 인터뷰] “북핵 억지력은 핵무장보다 한미연합사 강화가 더 효과적”
김희상 이사장 : 한국군의 발전방향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예비역 중장
2월19일 오전 서울 마포에 있는 한국안보문제연구소에서 김희상(金熙相, 예비역 육군 중장) 이사장을 만났다. 1945년 경남 거창 출생으로 육사 24기로 임관해 국방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노태우 정부시절에 국방비서관으로서 이른바 '818계획'이라고 불리는 군 개혁을 담당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내기도 한 김 이사장은 한미동맹과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당시 집권세력과 악전고투를 벌이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핵무기를 “절대무기·정치무기”라고 표현했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고유의 상징성과 전략적 의미는 엄청난 역할을 한다. 핵무기는 절대무기 정치무기이다.”
김 장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능력을 과시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북한의 핵무기 실전 배치 여부는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핵무기 보유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않는) 전략을 내세우는 이스라엘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다만 수백 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김 이사장은 북한의 핵전력에 대해 “보는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2003년에 내각 정보국 소속의 예비역 장성이 북한이 2~3개 개정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2003년 당시 핵무기의 개수가 그 정도니까 현재는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일본은 빠르면 2주 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으며 우리도 결심만 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 이사장은 최근 이슈인 '자위적 핵무장론'에 대해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주장은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말 핵무장을 하려면 접근 방법이 좀 더 전략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자위적 핵무장 여론이 나오는 것은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 미국에도 경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핵무장을 하려면 우선 일본처럼 핵무장할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추는 게 중요하다. 우라늄 재처리 시설을 갖추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의 일(기술적인)은 문제가 안 된다. 그 시설을 갖추려면 한국이 국제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한국이 재처리 시설을 가져도 핵을 만들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조성돼야 우리가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으니 한국도 핵무기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외국으로부터) ‘한국은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명분은 있지만 우리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된다. 민간차원에서 자위적 랙무장 주장은 정부가 정책을 펼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회담을 통한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핵으로 인해) 긴장이 높아진다며 북한과 대화만 강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물론 대화도 해야 하지만 의미있는 대화가 되기 위해선 먼저 회담에서 약속한 내용이 지켜져야 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 연구소 장롄구이 교수는 6자 회담을 '북한이 핵개발의 시간을 벌고 주변국가로부터 에너지와 식량을 뜯어내기 위한 사기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006년 첫 핵실험 때까지 수많은 회담에서 언제 실패했다는 말 들은 적이 있었던가? 9·19회담 2·13회담은 물론 회담마다 항상 대성공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두 차례의 핵실험과 오늘 북한의 핵공갈 아닌가?
결국 하나하나 따져보면 북한은 회담과 대화를 통해 핵개발에 대한 세계의 물리적 간섭을 피하고 '회담에 성공했다'면서 보상을 받아 쌀도 받고 돈 주는 것 가지고 핵개발을 계속했다. 회담을 통해서 핵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셈이다.”
김 장군은 '북핵이 대한민국에는 재앙'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보유국 행세를 하면 수십 배에 달하는 한국의 경제 우위는 아무 소용 없다. 남북의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되고 한반도의 자유민주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국은 졸지에 전략적 피그미가 되고 일상적으로 '전쟁이냐 굴복이냐'에 시달리면서 점차 한반도 적화의 길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평화적 통일이든 군사적 통일이든 어떤 형태의 통일도 결국은 군사통합으로 매듭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미국의 핵우산이 있으니까' 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미국의 핵우산 강화나 확장억제를 약속받는다고 안심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미국의 확장억제 등 어떠한 약속도 약속일뿐이다. 중국과 러시아 같이 다른 나라의 핵이라면 몰라도 우리에 대한 북한 핵의 위협은 미국의 핵우산으로 커버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핵은 당장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이 북한의 다양한 도발을 부추기고 촉발시키며 북한의 일상적 도발에 대한 우리의 효과적인 대처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핵개발이 논란이 되던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해 왔듯이 '유사시 미국의 지원도 쉽지 않게 만들 것'이다.
혹시 '평화가 유지된다고 해도 굴욕적이거나 노예적인 평화가 될 것'이다. (이러한 평화는) 북한 간접침략의 효과를 극대화시켜 또 다른 방향에서 한반도 적화의 길을 닦게 할 것이다. 황장엽 씨도 '북한이 핵을 통해 협상을 이끌고 상황을 주도할수록 남한 내에서는 친북·반미세력이 성장하게 돼 있다'고 걱정했다.
적화통일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이른바 친북세력, 기회주의적 세력은 또 얼마나 늘어나겠는가? 말도 안 되는 광우병 따위가 국가를 웃음꺼리로 만들고 국정을 마비시킬 수 있었던 곳이 한국이다. 북한이 핵공갈로 우리 사회를 흔들어 댄다면 친북세력의 무대가 더욱 활짝 열리고 대한민국의 안정과 평화는 물 건너가게 된다. 자칫 자유대한의 미래를 잃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핵은 그 자체만으로 더 할 수 없는 위협이지만 군사도발, 간접침략 그리고 정치심리전과 같은 북한의 다양한 대남도발역량의 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라는 차원에서 결정적 위협인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한미연합사 해체) 이후에는 더욱 더 미국으로부터의 핵우산 제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말로는 (제공한다고) 하겠지만 훨씬 더 비현실적인 게 된다. 평택에 그래도 미군이 계속 있으면 되겠지만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미군의 평택 주둔 그 자체도 의심스럽다. 한미연합사체제가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한미동맹을 구조적으로 만들어 놓은 체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과 한반도평화협정 체결을 교환하는 식의 대미협상을 요구한다면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 장군은 “한반도평화협정은 제일 우려하는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섣부르게 평화협정 문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국이 보는 한국의 동맹적 가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한미연합사 해체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한 정도로 만족하고 희희낙낙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는 2015년 연기를 '하지하책(하책 중에 하책)'이라고 표현했다.
“(한미연합사를) 기존에 계획된 2012년도에 그대로 해체하는 것 보다야 낫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함에도 2015년으로 어정쩡하게 해버려 한국의 입장을 아주 난처하게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북한으로부터 과거 몇 십년동안 한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해왔다. 지금 당장도 (한미연합사는) 북한의 핵과 전면전을 억제하는 최고의 억제력이다.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도 특히 중국의 위협을 대처하는 데에는 한미연합사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통일 후에도 그렇다. 시대의 흐름이 오늘과 같이 중국의 강한 영향력이 지속된다면 북한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한국은 얼마나 버티겠는가? 그럴 때 한미연합사보다도 더 확실하게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없을 가능성이 많다.
2015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는 엄청난 정치, 경제, 군사적 소요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소요를 충족시켜줄 나라는 미국밖에 없고 한미연합사 체계는 그 소요지원을 받아들이는 통로이며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걸 왜 함부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전 정부는 아예 생각이 다른 정부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현 정부는 겨우 3년 연기 했다고 '잘했다'고만 하고 끝냈다. 자기 정부만 넘기면 잘못돼도 괜찮다는 뜻인가? 앞으로도 한미연합사 문제를 추가적으로 해결하는 데 매우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다음 정부가 조금 더 지혜롭게 나오면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김 장군에게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과 한국의 핵무장을 놓고 대미협상을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김 장군은 “아주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옛날에도 그랬다. 카터 정부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한다고 하자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설을 흘렸다. 아마 박정희 대통령이 정말로 만들려고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미국이 태도를 바꿨다. 궁색하긴 하지만 중요한 전략이다. 미국의 핵우산 그 자체보다는 한미연합사령부가 튼튼하게 강화되고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오히려 북핵에 대해 더 큰 억지력이 될 수 있다.”
김 이사장에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세계 이성을 향한 진실된 변화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했을 때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하는 김명철 조미평화센터소장은 우리 언론에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당시 우리 언론이 '(북핵이) 미국과의 대화를 열기 위한 것이다'라고 보도했는데 김명철은 '그게 아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꿈이 조국통일이기 때문에 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오늘날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은 김정일 체제의 정통성의 방증이자 권위의 상징이며 먹고사는 수단이자 대외교섭력의 바탕이다. 김정일은 오늘 저들의 왕조적 군사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것 이외는 어떠한 관심도 없다. 그런데 북한이 어떻게 핵을 포기하겠는가?
김정일 체제가 존속하는 한 대남도발과 침략은 계속 될 것이다. 핵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조합된 네 가지 도발(核, 군사도발, 간접침략, 정치심리전)에 대처하는 데는 (자유)통일 말고는 길이 없다. 2007년 2월 아미티지 2차 보고서는 '한반도가 자유민주체제로 통일되지 않는 한 북한의 항구적 핵폐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핵뿐만 아니라 그 외의 모든 북한의 도발들이 다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국안보문제연구소(Korea 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Affairs)는 한반도의 평화와 자유민주통일번영의 미래를 열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법인이다. 한국 안보의 3대 요소라 할 수 있는 통일·외교·군사문제를 기반으로 안보기능요소를 분석 연구해 한국 안보태세의 발전과 한반도 통일번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안보와 국정 전반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미래 국가지도자와 고급안보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킨사(KINSA)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