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3주일. 교황주일

2024. 6. 29. 오후 8: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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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13주일. 지혜1,13-24;고린토 28,7-15;마르코 5,21-43  

우린 매일매일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사람들중에는 신앙인도 있고 비신앙인도 있고 냉담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의 신앙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런 감정이 떠오른다는 사실입니다. 현실과 너무 딱 붙어사는 사람에게서 건조한 느낌이 든다.’ 는 사실 말입니다. 물론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도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말하는 상대가 나보다 계산적이고 더 현실적인 모습을 보면 개운하지만은 않은 느낌을 갖는데요.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사람 차별이 아니라 말이죠. 이런 현상에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왜 너무 현실적인 사람들과 만나면 메마름을 느낄까?’ 그러다 답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건 내가 이미 주님으로 인한 신비의 차원의 세계를 맛봤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변화되고 달라지는 모습을 체험해 봤기에 그저 현실에 갇혀 사는 사람들의 경우에서 개운하지 못한 감정을 느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두 가지 예수님의 치유 이야기가 맞물려 있습니다. 주님과 나의 관계가 어떠한 지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하혈하는 여인은 12년이나 병을 앓습니다. 복음의 아이도 12살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숫자는 뭔가를 암시해 주는 것이 많습니다. 여기서 12라는 숫자는 물리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온전함, 관계 맺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12제자, 12지파 등요. 그녀는 병을 앓으면서 모든 인간관계가 깨지며 헤어졌습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녀는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제,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주님의 옷에 손을 대기면 하면 나을 것이라는, 영성적인 마음을 갖고 다가갔기에 기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회당장의 딸이 죽어버리자, 그곳 사람들이 나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스승님을 수고롭게 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죽어버렸으니 이제 끝났다고 여긴 것이지요. 하지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두려워 하지말고 믿기만 하여라 아버지가 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하느님의 손에 내맡길 때, 비로소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결국 두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와 그 여인이 가지고 있던 일말의 잠재력을 신뢰하셨고요. 그 속에서 참된 생명력을 일깨우십니다. 즉 모든 것을 인간적인 관계에만 매달리지 말고, 주님의 힘을 믿을 때, 우린 새로운 차원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이 시점에서 우린 2독서의 말씀을 떠올려야 하겠습니다. 균형을 이루게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가 그들의 궁핍을 채워주어, 나중에는 그들의 풍요가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준다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여러분에게는 무엇이 풍요롭고 무엇이 궁핍합니까? 인간적인 시도는 일단 풍요롭게 보이지만 우리가 원치않는 과정을 보면 쉽게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야말로 부족한, 궁핍한 상태에서 다시금 회복시키시는데요.

 여러분이 웃으실 수 있지만 제가 하느님의 힘을 처음 경험한 것은 중고등학생 때였습니다. 당시 살던 강서구는 한강 건너편으로 지금의 상암지구, 예전 쓰레기 매립장인 난지도가 보였습니다. 요즘 같은 장마 때에는 쓰레기 냄새가 강을 건너올 지경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매립하고 흙을 쌓아올린 그곳이 얼마 지나지 않아, 풀이 자라나 사다리꼴 모형의 산이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 신기했습니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풀이 자라나다니요. 마치 메마르고 딱딱한 씨앗을 땅에 심고 물을 주니, 싹이 돋는 놀라움과 신기함을 느낀 것처럼 감사하였는데요. 우린 살면서 감동을 받고 싶습니다. 비록 내가 만나는 사람과 일에서 메마름과 건조함을 느끼지만, 거기서도 자세히 살피면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치유의 힘을 만날 수 있는데요.  

 사랑하는 인헌동 교우 여러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끝난 것 같다고 좌절할 때는 아닙니다. 지금 비가 오잖습니까? 장마 시즌에 아무리 사람이 물을 준다한들 한계가 있지만, 주님이 내려주는 비는 어떤 가뭄도 해소하는데요. 사람은 파괴하는 힘이 있지만 주님은 회복하시는 권능이 있습니다. 그 힘에서 감사함을 느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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