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뜨레아 회지를 받고

2009. 9. 16. 오후 6:15:12

글자
어제 집에 갔더니 아이가 말하더군요.
"엄마,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우리 옆에 사는 장애인 아저씨를 만났는데요. 그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어요."
음, 아들의 이야기 주제는 장애인과의 친교인 모양이군...
"그런데, 우리 집에 소포가 왔는데 그것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내가 알았다고 대답했죠. 집에 가서 씻고 뭐 좀 먹고 있는데 벨을 누르더라요. 내가 갈 건데, 미리 들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울뜨레아에서 온 소포더라요. 하지만 내가 뜯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놔뒀어요."
나도 안방에 놓인 소포를 보긴 했지만 그건 남편인 간사에게 온 것이므로 뜯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장애인에게는 만두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어제는 딸의 방에서 아들과 함께 셋이서 잤습니다.
아이들의 키가 나보다 훠얼씬 큰데도 아직도 엄마와 자는 것을 좋아합니다. 암튼 남편은 소포를 열어보지도 않고 아들이 읽다 만 만화책을 누워서 읽는 것을 보았습니다. 요즘 남편과는 냉전중입니다. 그간 너무 뜨거워서 식히고 있는 중입니다.^^;;
 
책이 궁금했지만 고집스럽게 읽지 않고 있었는데, 그이가 가게로 오는 길에 슬그머니 울뜨레아 회지를 곁에 두고 나갑니다.
저는 모른척 그가 나갈때까지 기다리다가 그가 나가자 냉큼 집어 읽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오늘 아침 딸과 그런 이야기를 마침 나누었었는데, 겨우 한 달 반 전에 이사나왔던 그 집에서 살았던 것이 아주 오래 전처럼 까마득하다고.. 그런 일이, 거기서 살았던 일이 있었기나 했나,, 싶다고.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들은 여전히 아주 생생한 생기를 가진채 머무르지만 거의 대부분은 시간과 더불어 서서히 기억이 지워져 가서 자고난 다음의 지난 밤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련하다고..
그런데 오늘 울뜨레아 회지를 읽고 그랬습니다. 내가 그날 그곳에서 교육 받았던 것이 그렇게 새삼스럽게 아득했고, 글쓰신 분들의 이야기에 심장이 뛰었고, 또 내가 그들을, 당신들을, 다른 세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슬프기도 했습니다. 아마 내가 죽어 내 아이들을 본다면 그런 슬픔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마음이 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에고고..
어떻든 이말은 해야겠다 싶어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깊이..

댓글 3

  • 2009년 9월 17일 오전 12:30

    베를린 본당 선배님들께 감사해서 뛰어 나왔다고, 뛰어라 시간에 말씀 하시던거 기억 합니다.^^

  • 2009년 9월 17일 오후 5:18

    도미니카님이 우리 남편은 신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닌데...라고 말씀하셔서 와와, 사람들이 웃었던 거 기억합니다.^^

  • 2009년 9월 17일 오후 8:32

    그렇다고 제 신심이 나은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을 하나 모르겠어요. 꼭 기도 열심히하고 미사참례 잘한다고 신심이 깊다고 할수 없지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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