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2008. 12. 8. 오전 11:46:53

글자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비가 뿌린다.

눈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성당에 도착해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여럿이서 기다리고 있는데

뒤 여자분이 가만히 말한다.

" 오늘은 두분이나 되시네. 근데  95세와 55세  40년이 차이나네.

저승 가는 덴 순서가 없다는 말이 맞네. "

 

55세인 분은 임요셉이신데  6시 미사고, 95세인  최 바오로님은  10시 미사다.

성당 안에 들어서니  검은 복장의 사람들이 가득하다.

레지오 깃발이 열 아홉개나 좌우로 서있다. 레지오 단원이었나 보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앞에선 연신 흐느끼는 울음이 들렸다.

아마도 부인과 자녀들 ,부모 형제들이 울고 있었을 것이다.

55세이면 우리 나이인데 요즘같이 장수하는 시대에 너무 젊어 가셨다.

분위기가 자못 숙연하고 지인들이 눈물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미사가 끝나고 영정 사진을 들고 앞장서 나오는 키 큰 애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허옅게 솟는다. 턱 밑까지 흘러 내렸다.

많은 조객들이 그 모습에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얼마전에 내 친구도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공직에 있던 그는 최장암으로 약 6개월 고생하다가 처자식을 두고 떠났다.

충직한 크리스챤이던 그가  너무 일찍 죽어 많은 지인이 슬퍼했다.

얼마전에 동창 홈페이지에 그의 딸이 아버지에 대한 회고문을 써올려

그 글을 읽으며 나도 한참 눈시울 붉히며 가엾어 했다.

틀림없이 그가 꿈꾸던 천당에 가서 지상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40년이면 반평생의 세월이다.

누군 반평생을 더 살았고 누군 반평생을 덜 살았다.

지금 우리 나이에 막상 죽음을 맞는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

처음엔 몹씨 억울하여 분노할 것이다. 어째서 뭘 크게 더 잘못했다고

나를 먼저 잡아가느냐고 신에게 한탄할 것이다.

다음엔 어떻게 다시 살 방법이 없나 ,아님 얼마라도 더 살 묘안이 없나를

백방으로 알아다니고 별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다.

그래다 지치면 결국엔 포기하고 어디 외진 곳에 가서 지나온 과거를

곰곰히 돌이켜 볼 것이다.

어디서 와서 무엇을 했고, 지금 어디와 있고 이젠 떠나게 됬고,

남아 있는 건 뭐고, 정리해야 할 건 뭐고 ,남은 가족한테 어떻게 해주고

가야할 건가를 생각할 것이다.

차츰차츰 포기와 용서를 통해 안정을 찾고 임종을 맞을 준비를 할 것이다

 

미사중에 부른 노래 가사다.

 "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 주소서.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소서,

주여 당신 품 안에 나를 받아 주소서,

내 쉴 곳  주님의 품 영원히 잠 드렵니다.   "

 

 

 

별안간 떠오르는 글이 있다.

" 살면서 문제와 고통의 답을 찾지말라. 어차피 유한한 우리 인간은

 답이 분명한  수학문제와는 달리 , 삶의 해답은 평생 구할 수 없다.

절대자만이 그 끝을 아신다.

차라리 문제와 고통을 사랑하라. 우리에게 안긴 그 문제와 고통은 반드시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분명 얻고 배울 것이다.

예를 들면 겸손.용서,위로, 절제,배려,인내,자비,평화 같은 걸 말이다. ".

댓글 1

  • 2008년 12월 10일 오후 2:47

    그리고 섬김,사귐,나눔이 있는 삶! 그것이 바른삶 이겠지요! 좋은 글 참 느낌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