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이1999. 12. 4. 오후 7:58:10
1 글자
내 앞에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을 보고 있지 않다. 두 눈은
멀쩡히 뜨고 있지만 무엇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기까지 내 시선에
담겼던 것들.
그 중에 무엇 하나 기억해 낼 수 없는 것은
그냥 건성으로 보고 건성으로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는 그렇게 앞만 보며 걷는다.
뒤에 올 사람을 위해 나무의자 한번 마련한 적 없으며
길 가다 차이는 돌 하나 집어 들지 않고 오로지
자기 갈 길만 부지런히 갈 뿐이다.
꽃이 피는지, 바람이 부는지, 노을이 지는지, 별이 뜨는지
주변에 대한 관심도 도통 없다.
그렇게 해서 어디를 가려는지...
또 무엇 때문에 가야 하는지 알고 있기나 할까?
물론 더 큰 집, 더 좋은 승용차, 더 높은 자리를 위해 열심히
걸어가는 것이 나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이
많다면? 그 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에 있어
진실로 소중한 것이라면?
.............
지하철을 탔을 때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무표정이기 일쓰다.
멍하니 허공만 응시할 뿐 주위엔 별 관심이 없다.
하기사 주위에 관심을 가졌다가는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쩌다 시선이 마주쳐도 얼른 고개를
돌려 피해 버리고 만다.
상대방에게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신문이나
책에 시선을 붙박아 좋은 사람도 많다.
어떤 때는 정말 숨이 막힐 것 같다.
볼 것만 보고 자기 일이 아닌 것은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기는 세상......
남의 일에 관심을 두면 오히려
이상한 오해를 사기 십상인 세상......
그래서 너나 없이 가슴을 꽉 닫아 두고 있는 세상이......
............
그래, 헤아일 수 없이 많은 모래알이 모여 백사장을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그들은 따로따로 흩어지지 않고 함께 모여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또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짓밟고 일어서야 할 경쟁 상대가 아니라
어깨를 감싸안고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서.....
안도현 시인이 쓴 "연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들의 배경이 되어주기 위해서다’
참 따스한 말이다.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도 저무는
해의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
그래,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야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있으리.
내가 너의 배경이 되어 주고
네가 나의 배경이 되어 주는 삶.....
그렇게 모여 살아야 할 또 풍성할 수 있으리.
모래알이 많을 수록 더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길 원한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길 원한다.
피곤한 어깨를 어루만져 주고 따스하게 감싸 주길 원한다.
다만 내 손은 뻗는 것으로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할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있다.
바쁘다고 그냥 지나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