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1999. 11. 20. 오후 5:46:04

1
글자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 정 하

 

 

몇 일 전부터 생각이 났었는데...오늘에서야 그사람 목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오늘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를 들으면서 약간의 떨림이 있었던 나를 보고선 그사람...

 

그사람을 잊지 않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통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그사람의 목소리는 또렷이 들리더군요.

 

........

 

누구세요?...

 

나야...

 

누구?...

 

나...ooo...

 

.......오랜만이다..

 

그래...

 

잘 지냈냐?

 

그럼..나야 잘 지내지...너는?

 

나...

 

미국간다. 공부하러...

 

공부하는 거 싫어 하는 사람이 무슨 미국까지 가서 공부는...왜?

 

그렇게 됐다.

 

그래...잘 됐구나...

 

열심히 해라...

 

그래. 고맙다.

 

고맙기는...근데 왜 전화했냐?...

 

그냥...

 

보고 싶었다...

 

..............

 

늘 이런 식의 통화였다. 그때두...그리고 오늘두...

 

정리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 기억속에서 나를 지우기 위해 전화를 했겠지...

 

몇 해를 알고 지내면서 줄 곧 생각나는게 짜증도 났었겠지...

 

내가 그랬던 것 처럼...

 

그사람이 전화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내가...나두 그 사람 생각이 났는데...

 

어쩌면 그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해 주길 바랬는지도...

 

미운 사람...

 

한동안...내 마음을 온통 까맣게 애태우게 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이제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완벽한 이별을

 

 보고하기 위해서 연락을 했습니다.

 

그 사람이 미국을 간다구...그 먼 데를 ...

 

그 사람...떠나고 나면 이젠 내 기억에서 그 사람 기억이 사라질까?....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건 그 사람 가는 인생의 길이 앞으로는 순탄한 길만

 

있기를 기도해 줄 수 있는 거겠지요.

 

이틀이면 그 사람은 이곳에 없습니다.

 

한 사람을 이렇게 오랜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다는게

 

결코 쓸쓸함 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를 기억해주고..그 사람 기억 저 쪽에서 조그맣게 자리잡았던 나의 기억이

 

고맙기는 하지만...이젠 모든 것을 지워주기를 바랍니다.

 

이젠 그 사람 때문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내모습 볼 수 없기를 바랍니다.

...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숨통이 막히는 가 싶더니..바로 이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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