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이1999. 11. 19. 오후 6:55:16
글자
**새 벽 길
이 정 하
아직 미명이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는 새벽길을 나선다. 춥다.
옷을 두껍게 껴입었는데도 추위를 느낀다면 마음이 추운 탓일 게다.
그래,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면 더욱 좋을 테지.
"동행"이라는 말.......
아직 그보다 더 따스한 말을 알지 못하는 나에게.
돌이켜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였다. 기대고 싶을 때 그의 어깨는 비어
있지 않았으며, 잡아 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는 저만치 서
있었으니까....
그래, 산다는 건 결국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다.
비틀거리고 더듬거리더라도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들어선 이상
멈출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그 외길을.
쓸쓸했다....
그리고 또 추웠다.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걷가 보니 내가 왜 이길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숨쉬고 살아간다는 것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썼을 때 쓰레기통에 처넣는 파지처럼 내 삶도 그렇게 구겨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원고지는 새로 준비하면
되지만 내 삶은 하나밖에 없는,
다시 준비할 수 없는 것임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웬일인가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새벽시장이 열리는
곳이었다. 삼삼오오 둘러모여 모닥불을 쬐는 그들은 잠을 채 떨구지 못한
눈으로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눈꼽을 떼내는 사람도
보인다.
따뜻한 풍경이었다. 모닥불의 열기만은 결코 아닌 이 훈훈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갑자기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 앞에서 나는 얼마나 초라한가.
아침은 아마도 그렇게 밝아올 것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거리를 묵묵히 쓸어 내고 있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빗질 사이로 호호 손을 불며 집집마다 신문을 돌리는 소년의
손끝에서, 종종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하고 있는 학생, 출근길을 서두르는
회사원들의 발걸음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