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복음화 사명의 도구인 사회교리:사회생활의 근본 가치들 ⑧ 정의
의로운 ‘사회’- 정의의 객관적 기준, 상호 주관적이며 사회적인 영역의 도덕 기준
‘진리에 토대하고 정의(正義)의 안내를 받아, 자유로 성장하며 사랑의 활력이 충만한 사회’
(「지상의 평화」 35항 참조)
지난주에는 “다른 사람을 한 인격체로 인정하려는 의지에 바탕을 둔 행위”라는 주관적
기준의 정의를 소개하면서, 객관적 기준의 정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이미 소개한 ‘사회 및 정치 차원의 사랑’(2022.11.20.자)을 다시 한번 떠올려봅니다.
가령 시간을 내 산책을 하는 목적 중 하나가 건강증진인데, 산책하는 지역의 공기가 맑은
경우와 오염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선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산책)가 개별행위로서의 사랑이라면,
‘사회 및 정치 차원의 사랑’은 소극적으로는 공기가 오염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려는 공동의 행위입니다.
객관적 기준의 정의는 위 상황에서 ‘맑은 공기’, 곧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산책할 수
있는 조건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이를 “상호 주관적이며 사회적인 영역의 도덕 기준”(「간추린 사회교리」 201항)으로서의
정의라 합니다. 한 사회에 이 기준이 튼튼해질수록 그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 자주 더 쉽게 ‘주관적 기준의 정의’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실로 인류 역사의 여정은 객관적 기준의 정의를 튼튼히 세우려 했던 수많은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인 결실들로 ‘교환 정의’ ‘분배 정의’ ‘법적 정의’가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히 이 정의들이 훼손될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이를 존중할 것을 호소합니다.
정의의 객관적 기준, 곧 “상호 주관적이며 사회적인 영역의 도덕 기준”을 생각하면,
‘교환 정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상호 주관적”이란 ‘인정하려는 의지’(의무)가 있다면 ‘인정받으려는 의지’(권리)도
있다는 뜻입니다.
교환 정의는 한 개체(개인, 집단, 사회, 국가)와 다른 개체 사이의 의무와 권리의 관계가
질서정연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요즘 물가가 치솟아 예로 들기 안타깝지만, 물건을 매매 (賣買)하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구매자는 낮은 가격 또는 제 가격의 좋은 물건을, 판매자는 높은 가격 또는 제 가격의
좋은 물건을 매매하려고 합니다.
교환 정의가 이루어졌다는 건 품질과 가격에 있어, 다시 말해 권리와 의무에 있어
두 개체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여 만족하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한쪽이 ‘불만족’한 상황도 있는데, 이때는 교환 정의가 실패했다(불의)고 말합니다.
그런데 교환 정의가 옳게 이루어지면, 두 개체의 만족을 넘어서는 중요한 결실이
생겨납니다.
구매자는 판매자를 믿어 자주 찾게 되고, 판매자는 소개를 통해 더 많은 구매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발전은 상호 간 신의(信義)가 구축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이를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라고 합니다.
교환 정의에 관한 성찰은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도, 또한 문화, 정치, 경제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