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2일(가해) 사순 제3주일
오늘 전례
<파스카 성야에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받을 예비 신자들을 위한 세례 준비로
첫째 수련식을 이 주일에 거행한다.
이 수련식에서는 고유 기도문과 고유 전구를 사용한다.
입당송 | 시편 25(24),15-16
제 발을 그물에서 빼내 주시리니, 제 눈은 언제나 주님을 바라보나이다.
저를 돌아보시어 자비를 베푸소서. 외롭고 가련한 몸이옵니다.
제1독서 | <우리가 마실 물을 내놓으시오(탈출 17,2).> 탈출 17,3-7
화 답 송 | 시편 95(94),1-2.6-7ㄱㄴㄷ.7ㄹ-9(◎ 7ㄹ과 8ㄴ)
◎ 오늘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 어서 와 주님께 노래 부르세. 구원의 바위 앞에 환성 올리세.
감사하며 그분 앞에 나아가세. 노래하며 그분께 환성 올리세. ◎
○ 어서 와 엎드려 경배드리세. 우리를 내신 주님 앞에 무릎 꿇으세.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분 목장의 백성, 그분 손이 이끄시는 양 떼로세. ◎
○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므리바에서처럼, 마싸의 그날 광야에서처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거기에서 너희 조상들은 나를 시험하였고,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떠보았다.” ◎
제2독서 |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부어졌습니다.>
로마 5,1-2.5-8
복음환호송 | 요한 4,42.15 참조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주님, 당신은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시니,
저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명의 물을 주소서. ◎
복 음 | <솟아오르는 영원한 생명의 샘물>
요한 4,5-42<또는 4,5-15.19ㄴ-26.39ㄱ.40-42>
영성체송 | 요한 4,1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면, 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의 샘이 솟아나리라.
103위 성인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 (1787-1839)
이광헌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여러 순교자를 낸 광주(廣州) 이씨 집안 출신이다.
그는 청년 시절에 매우 방탕한 생활을 하였으나, 30세경 입교한 뒤로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여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거듭되는 박해로 모든 가산을 잃고 순교할 때까지 10여 년을 궁핍하게 살면서
회장직에 충실했는데, 특히 냉담자를 권면하고 병약자를 위로하며 외교인에게
전교하였다.
그리고 범 라우렌시오(앵베르) 주교와 신부들을 자기 집에 맞아들여 교우들을 미사에
참여하게 하고 강론을 듣게 하였다.
1839년 기해박해 초, 어떤 예비신자가 자기 아내의 석방을 위해 이광헌을 포함한 53명
교우의 명단을 포졸에게 넘기는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광헌은 4월 7일, 가족과 함께 체포되어 포청으로 끌려갔고, 포청에서
형문(刑問)을 마친 뒤 4월 18일, 형조로 이송되었다.
이후, 배교하면 가족들과 함께 석방해 주겠다는 형관의 유혹을 뿌리치고 혹독한 형벌과
고문을 받았는데, 온몸이 피범벅이 된 몸으로도 끝까지 신앙을 지켜 냈다.
형조에서 혹형과 고문을 이겨 낸 뒤 같은 해 5월 24일, 남명혁(南明赫) 등 8명의 교우와
함께 서소문 밖 형장에서 참수형을 받아 53세의 나이로 순교하였다.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3-
사순 제3주일: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삶
오늘 복음은 ‘물을 길으러 온 여인’과 마실 물을 청하는 예수님과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물을 길으러 온 때는 정오 무렵입니다.
사막의 정오는 해가 너무 뜨거워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물을 길으러 우물에 갔다는 것은 그 여인이 다른 이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심리적 거리감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수님과의 대화에서 여인이 숨기고 싶어 했던 자신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과거 모습은 물론 현재 모습까지도 고백케
하십니다.
여인의 이러한 상황을 마을 사람들 또한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한 그녀는 사막으로 정오에 물을 길으러 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사막의 정오, 그 시간 그곳에서 그녀는 예수님과
마주칩니다.
심지어 그 분이 말까지 걸어옵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
복음은 여인이 당황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러한 다가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인의 내적 외로움
또한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인은 늘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았고,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에게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이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했습니다.
여인은 오랜만에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에게 내민 손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녀의 얼어붙었던 마음은 녹아내렸습니다.
얼어있던 마음을 녹인 예수님의 온기에, 이제는 상황이 역전됩니다.
먼저 다가온 예수님께 어느새 여인이 먼저 다가가고 있었고,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라면서 시작된 대화가 이제는 반대로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요한 4,15)라고 변화되었고, ‘육적인 갈증’으로 시작된
대화는 점차 ‘영적인 갈증’의 대화로 바뀌어 나갔습니다.
마침내 여인은 이 대화를 통해 자신이 단순히 인간적인 갈증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목말라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물을 길어 마셔도 채워지지 않던 여인의 갈증이 예수님의 다가감과 사랑으로 채워지고
풍성해졌으며, 사람을 통해서도 채워지지 못했던 여인의 외로움도 예수님의 다가감과
사랑으로 벗어나게 됩니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 안에 채워야 하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자기 계발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고, 재미있는 삶도
즐겨야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인간적인 채움에 앞서 나 자신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먼저
채워 넣을 수 있다면, 그 삶은 우리를 더욱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삶’(요한 4,14참조)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김재현 도미니코 신부 교포사목 미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