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복음화 사명의 도구인 사회교리

2023. 3. 9. 오전 4: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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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복음화 사명의 도구인 사회교리


사회생활의 근본 가치들 ⑥ 정의

- ‘진리에 토대하고 정의(正義)의 안내를 받아,

자유로 성장하며 사랑의 활력이 충만한 사회’(「지상의 평화」 35항 참조)


얕은 성찰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정의는 곧바로 심판을, 그것도 벌주기를 연상시키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당근과 채찍’을 말해주는 상선벌악(賞善罰惡)에서 우리의 무게중심은 

‘벌악의 채찍’으로 치우쳐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벌주기에만 익숙해진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사회 구성원이나 집단이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행동할 우려가 있고, 

서로 잘못을 지적하며 싸우는 데 익숙해지거나, 아예 냉소와 방관의 분위기가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면, 그 사회는 ‘사람 살만한 사회’와 멀어집니다. 


오늘부터는 몇 차례에 걸쳐 정의에 관하여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소개할 내용은 고전적 의미의 정의입니다. 

정의는 “마땅히 하느님께 드릴 것을 드리고 이웃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려는 지속적이고 

확고한 의지”(「가톨릭교회교리서」 1807항)입니다. 

하느님을 향하는 것과 이웃을 대하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네 개의 헌장 가운데 「계시헌장」과 「전례헌장」은 

하느님을 향한 내용이며, 「사목헌장」은 이웃과 세상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공의회의 시선과 정신을 담은 「가톨릭교회교리서」의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제1편 신앙의 신비와 

제2편 신비의 거행은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도리를,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웃을 향한 신앙인의 자세와 삶을 담았습니다. 

이처럼 교회는 하느님께 드려야 할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이웃과 사회를 향한 태도와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와 ‘이웃에게’의 두 내용을 분리해 하나만 선택할 경우엔, 불의가 발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을 향한 신망애(信望愛)를 토대로, 「찬미받으소서」에서 

왜곡된 인간중심주의(제3장)가 초래한 불의(제1장)를 성찰하고, 「모든 형제들」에서는 

이웃과 사회에 관한 올바른 이해(제2장)의 결여가 초래한 불의(제1장)를 성찰하며,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안합니다. 


사회적 가치인 정의를 성찰할 때 놓쳐선 안 될 중요한 주제들, 곧 ‘누가,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는가’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시(신앙) 진리와 이성의 진리가 분리될 때, 나아가 이 둘이 서로 등을 돌리게 될 때, 

우리 사회에는 정의 대신 ‘인간(집단)의 합의’나 ‘편협한 신앙주의’가 득세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역사가 증명하듯, 최고의 정의는 최고의 불의가 될 수 있습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206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은 진리에 기초한 정의 대신에 

인간의 힘만을 내세운 심각한 부작용, 곧 약자(사람, 사회, 지구)가 겪는 고통을 ‘보고’ 

‘다가가’ ‘이웃이 되어주려는’ 교회의 마음입니다(루카 10,33-37 참조).



-박동호 안드레아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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