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참회록 그리고 감사를 일깨워준 과분한 직분
고백합니다.
공영방송의 제작자로서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방송인의 책무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하고 그에 걸맞는 고품격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상업방송의 백가쟁명 속에서 좌우 이념의 구분 없이 대한민국의 현안은 물론
해결해야 할 주요 어젠다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솔루션을 찾는 데 앞장서며,
우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등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보람도 느껴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저는 ‘저’를 늘 우선시해왔음을 고백합니다.
내가 돋보여야 되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언제나 제 자신이 중심이 된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주님께 늘 겸손함을 청했습니다.
이런 저에게 주님께서 지난해 크나큰 십자가이자 제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선물
하나를 주셨습니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초대 회장이라는 과분한 직분을 맡겨 주신 겁니다.
그동안 신문, 출판, 방송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가톨릭 언론인 신자 모임이 하나로
통합되며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2022년에 발족되었고, 한없이 부족한 제가
과분한 직분을 맡게 된 것입니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가톨릭교우회 활동을 좀 하고,
성가대 단장을 맡고 있던 것이 전부였던 제가 이제는 현업에 소홀함이 없이 이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들을 쪼개고 바쳐야 했습니다.
소소하게 챙겨야 할 일들, 새롭게 기획하는 일들, 처음으로 하는 국제 행사, 직분을
맡으며 처음으로 체험한 꾸르실료까지…. 돌이켜보면 참으로 정신없이 나누고 보태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많이 버겁고 힘들어 자책과 불평도 했습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그 마음은 감사와 은총으로 바뀌었습니다.
희한하게도 힘들고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주님께서는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여 직을 맡겨주신 분들께 송구함을 감출 수 없지만, 그래도 제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쳐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최근 감사한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새해 워크숍도 순조롭게 잘 마무리 되었고, 구상 중인
공영방송의 본령을 다하는 프로젝트 2개, ‘엠제트(MZ) 세대’ 용기 불어넣기 기획과
‘재미있는 역사 탐방’ 기획안도 순풍에 돛단 듯 잘 풀리고 있습니다.
팔순 어머님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최근 코로나에 걸리셨는데 별다른 고통 없이
잘 쾌유되셨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심한 체중 감소와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시던 장모님도
회복되시어 밝아지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예전에 어딘가에서 인상 깊게 본 경구를 함께 나눕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을 벌할 필요는 없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삶 자체가 벌이기 때문이다.”
-이영준 로렌조 KBS 시사교양국 프로듀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