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변할 수 있어야만

2016. 2. 29. 오전 6:09:44

글자

 

내가 먼저 변할 수 있어야만

 

 

구름 속에 숨어계신 주님 / 어서 나오십시오 / 아니 나오지 마십시오 / 당신은 오히려 저의 어둠 속에 더 빛나십시오 / 저의 침묵 속에 더 깊이 말씀하십시오 / 이 세상 구름이 걷히는 그 날 / 저는 비로소 당신을 뵙고 환희의 송가를 부르리니 -이해인의 시 <구름의 연가>- 요즘 우리 수녀원에선 1960년대에 지어서 사용하던 수녀원 본관건물을 새 단장중이라 성당, 식당, 주방, 빨래 방 등의 소임 터와 수녀, 예비수녀들의 침실 일부를 원내의 피정 집에 마련해서 임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러 불편 한 점이 있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새 건물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다들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헌 집이 새 집으로 단장되는 것보다 옛사람이 새사람으로 거듭 나는 것은 더 어려운 일로 여겨집니다. 수도자들이 제일 기다리고 행복해 하는 연중피정, 월 피정, 한 달 피정을 하기 전에는 다들 좀 더 거룩하게 변모된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희망 속에 설렙니다. 그러나 이런 설렘도 잠시, 피정을 마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오면 별로 달라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실망하거나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습니다. 타볼 산에서 제자들이 체험한 거룩한 주님의 변모와도 같은 눈부신 황홀경을 우리는 매일 오르고 있는 삶의 산에서 영적으로 체험하고 싶어 하지만 그럴수록 주님의 모습은 멀리 있는 것 같고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사이엔 실망의 먹구름이 덮쳐와 힘들 때가 많습니다. 오랜 수도생활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남이 변화되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할 수 있어야만 참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내가 못마땅해 하는 다른 사람의 결점을 내가 지극한 인내로 감당하고 있다면 그 또한 나를 인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 자주 잊어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은 요술지팡이를 휘두르지 않고, 사랑과 인내를 갖고 현실을 내부로부터 바꾸는 것을 좋아하신다."라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씀을 요즘은 더 자주 기억하게 됩니다. 많이도 말고 아주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다른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함께 해 온 오랜 세월 속에 이제는 미운 정 고운 정 많이 들어 앞모습 뒷모습 옆모습이 다 든든하고 예뻐 보이는 수도공동체의 가족들을 나는 더욱 사랑하리라 다짐하며 웨스트민스터 사원 어느 주교님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한 구절을 다시 묵상해봅니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