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워지고 낮아져라!
새로운 시작의 기다림으로 지난 한 해를 마치고 있는 대림시기 두 번째
주일입니다.
오늘 교회는 언제나 존중되고 회복되어야 할 인권을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모상을 함부로 대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합니다.
"예루살렘아!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의 겉옷을 걸치고,
영원하신 분의 영광스러운 관을 네 머리에 써라."
구원을 향한 여정 중에 있는 우리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많은 아픔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함에 분노와 안타까움과 당혹스러움이 사람들 사이를
배회합니다.
동시에 무관심과 무기력함도 우리 옆을 서성입니다.
그런데 교회는 우리를 슬픔에서 희망으로 안내합니다.
그 희망은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합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많은 골짜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골짜기를 파내고 언덕을 높이면 더 많은 평지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언덕은 끝이 없습니다.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래야 하는지 너무 늦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골짜기를 메우려고 다른 골짜기를 더 파냅니다.
고통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찬바람은 언덕을 넘어 더 깊은 골짜기를 채웁니다.
골짜기를 메우려면 산과 언덕을 깎아내야 하는데 그 삽은 골짜기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 앞에 선 우리는 희망을 선언하면서도 현실적인 무기력함에 고개를
숙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 당신 영광 안에서 안전하게 나아가도록,
높은 산과 오래된 언덕은 모두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워져 평지가 되라고" 명령하셨는데 산들은 더 높아져 갑니다.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나는 하느님의 정의를 대면할 자신이 있는가?
내가 손가락질하는 그곳에 서 있을 자신이 있는가?
스스로는 자신이 없어 공동체에 기댑니다.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그저 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언덕들로부터 저 깊은 골짜기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골짜기 안에서 언덕을 향해 낮아지라고 외칠 때 그 말은 힘이 있습니다.
높은 산에서 언덕에 외치는 것은 교회의 몫은 아닙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를 격려합니다.
우리는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지만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공동체
안에서는 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조금씩 멈추어 설 줄 알게 될 것이고 이웃 안에서,
세상 안에서 하느님께 돌아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최재영 세례자 요한 신부(구리 Exodus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