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
오기백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한국지부장)
내가 왜 선교사가 되었을까? 뒤돌아보면, 어렸을 적에 선교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선교사로서 예수님을 따르며 다른 나라에서 다른 이들과 삶을 함께 하는 선교 신부님들에게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성장하면서 당시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남미의 가난한 이들을 해방시키는 일에 관여된 선교사의 이야기에 커다란 영감을 받았습니다. 선교사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대학을 마친 후에 골롬반 신학교에 갔습니다. 물론 외국에 나가야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만약에 선교를 시작해야 할 곳에 외국인이 나 혼자라면? 이러한 의심들은 나 자신에게 “네가 그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 다리를 건널 수 없다. 어찌되었든 이것은 하느님의 걱정이지 나의 걱정은 아니다.” 라고 이야기를 정리함으로써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1975년에 신품을 받고, 1976년, 25살의 나이에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언어학교를 마친 후 첫 사도직으로 본당에 파견되었는데 본당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힘든 과정이 선교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두 개의 예를 들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한 가지는 그 당시 나는 소외되었다는 지배적인 느낌을 가졌습니다. 떨어져 나온 느낌, 첫 본당이었던 흑산도에서의 경험을 지금까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른으로서 말 못하는 부끄러움과 말을 알아듣지 못 하는 것과 무기력한 자로서의 느낌 등등. 한국말로 드린 나의 첫 미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땀을 무지 흘렸고, 사람들은 나의 발음을 듣고 웃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 준 것은 이러한 어려움들이 나아질 수 있다고 나를 격려해 준 선배 선교사들 덕분이었습니다. 그 기억은 나에게서 한번도 떠난 적이 없고, 어느 날 이는 바로 약한 자, 무기력한 자의 심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하느님은 나에게 무엇이 약한 것인지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선교사들에게 사회에서 억압받는 이들의 삶을 공감할 수 있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선교의 시작입니다.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빨려들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그래서 노동사목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예의 하나는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을 배워야 했습니다. 이는 아일랜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한국에서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며 어떤 것도 혼자 할 수 없었습니다. 나의 활동은 단순하게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결과, 선교사로서의 역할은 사람들과 동참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 이것이 하느님이 주시는 어떤 선물인가를 천천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선교사가 전하는 기본적인 메시지는 사람들 가운데서 생활함으로써 전하게 됩니다. 문화와 종족과 언어가 다른 곳에서 삶을 살고 나눌 때 우리는 복음을 전하고 있음을 인식합니다.
선교는 커다란 성취를 이루는 것이라기 보다도 우리의 평범한 삶을 통해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사실과 하느님이 우리의 아버지라는 것을 증거하는 삶입니다. 이것이 복음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방법이 매우 소극적인 접근 방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 그것은 선교사로서 참으로 다른 이에게 힘을 실어 주는 방법이 됩니다. 나는 선교활동을 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진정으로 고생하는 사람들과 매우 가까이 있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단지 조그만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 모두가 복음의 힘을 체험하였습니다. 선교사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젊은 시절에 꾸었던 내 꿈의 결과는 틀린 꿈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당신 자신을 비우시고, 팔레스타인에서 인간의 형태를 취하신 것처럼 각 선교사들은 그들 자신을 비우고 그들이 파견된 나라의 문화에 그들 자신이 젖어들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는 고통스러운 것이며 우리는 계속해서 실패하지만 실패 자체는 우리가 하느님이 아니라는 사실과 선교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일이지 우리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 시켜주는 건강한 활력제가 됩니다.
각 나라와 각 시대에 따라서 현실은 달라지더라도 선교사의 과정은 같은 것이며 이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자기자신을 비우는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육화하신 하느님은 오늘날도 선교사들을 통해 계속해서 일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