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성탄절에 성모님께 드리는 글

자비로운 성모님,
새 천년을 맞이하여 온 세계 사람들은 인류의 평화공존을 위해 축배를 들었고 희망의 축포로 밤하늘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야만적인 테러와 그 보복으로 온 세계가 무서운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사는 이 한반도는 아직도 분단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쪽의 어머니와 북쪽의 아들이 지척에 살면서 50년 동안 편지 한 장을 전할 수 없는 절망의 세월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분단의 세월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고, 넘어설 수 없는 민족의 원죄였습니다. 절망과 체념으로 얼룩진 한(恨)의 절정에서, 남북의 위정자들은 은전을 베풀듯이 헤어졌던 가족들의 만남을 주선하였습니다.
백발이 되어 돌아 온 아들 앞에 할 말을 잃어버린 노모는 휠체어 위에서 목을 놓아 통곡 하였지만 그 절규는 소리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이 절규 앞에 우리 모두는 망연자실하였고, 마침내 실신한 노모가 휠체어에 실려 싸늘한 주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이러한 만남을 과연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만남을 과연 인간이 인간을 위해 주선한 `만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민족의 주보이시고 모든 해방자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불쌍한 저희 민족을 굽어보시어 하루 빨리 참된 조국의 해방을 맞이하게 하소서.
글 / 그림(성모 마리아, 2001년) 조광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