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현존연습(영성)

2012. 2. 12. 오후 6:33:51

글자

<하느님의 현존연습> 중세 로렌스 수사의 전기, 가톨릭출판사. (2006년에 쓴 글인데 소개합니다)

부활의 로랑 형제님께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로랑 형제님!

세기를 넘어 형제님께 감사의 편지를 씁니다.

가톨릭출판사에서 펴낸 「하느님의 현존연습」을 통해 형제님을 알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책은 전기 작가가 형제님의 실존적 삶을 알리기 위해 ‘약전, 송덕문, 영적 금언, 편지, 하느님의 현존연습, 대화, 행장, 보유’ 등의 내용으로 엮었답니다.

형제님은 17세기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태어났고, 스물여섯 살에 파리에 있는 ‘맨발의 가르멜회 수도원’에 입회하여 평수사로 사셨군요. 스페인 군대가 로렌 지방을 침입해 전쟁이 일어났을 때 형제님은 다리에 부상을 입으셨다고요. 저런, 얼마나 상심이 크셨을까 짐작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형제님은 깨달음을 얻어 군인이라는 직업을 떠나 수도사의 길을 걷게 되셨군요.

전기 작가의 평에 의하면 형제님은 속 깊고 꿋꿋한 성품으로 수도회 생활에 쉽게 적응하셨다고요. 믿음 하나만으로 그것이 가능했을 터이니 제가 본받고 싶은 바입니다. 불편한 몸으로 요리 일을 수도회 주방에서 30여 년간 하면서 더욱 하느님께 나아가셨다면서요. 하느님의 현존을 연습한 것도 이 때였을 것이고요.

저는 하느님의 현존을 갈망하면서도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로랑 형제님의 섬세하고 끈기 있고 깊이 있는 연습에 제 마음이 크게 움직였답니다. 특히 로랑 형제님이 수도 생활 초기에 하느님을 생각과 감정의 종착점이자 목표로 삼고, 하느님의 존재를 당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일에 몰두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일에 몰입했습니다.

그 일이란 제 영혼의 뿌리에 있는 사람을 덜어내고 예수님을 모시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그 이름을 부르며 다음과 같이 부탁을 했습니다.

“○○○! 이제 네 자리를 예수님께 양보하렴. 지금 네가 살고 있는 그 곳은 예수님이 계실 자리야. 이제 넌 너의 자리로 돌아가렴. 그리고 하느님께서 네게 허락하신 너의 소명에 전념하길 바란다.”

이렇게 한 존재를 부르며 그 영혼을 달랬습니다.

이 연습을 여러 번 하자, 놀랍게도 제 영혼의 뿌리에 예수님이 들어와 계심을 느꼈습니다. 하느님의 현존연습을 위한 기초 작업은 된 셈인가요?

책을 읽어 나가다가 형제님은 왜 ‘하느님의 현존연습’을 시작하셨을지 궁금해지더군요. 이내 차근차근 그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하느님의 현존연습에 전제 되는 영혼의 순결을 위해 의식성찰을 꾸준히 하고, 나아가

“주님, 저를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주님, 저는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주님, 온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진심으로 고백하는 순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백이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감각의 금욕’이 필요하다면서요. 영육간의 온갖 취미와 세속적인 쾌락을 떨쳐 버려야 한다고요. 그래야 하느님을 얻고, 하느님을 다른 모든 것보다 더 사랑할 수 있다고요. 자기와의 무서운 싸움 속에서 주님을 뵐 수 있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로랑 형제님!

우리의 내적 시선을 하느님께로 꾸준히 향하되, 불안이나 조바심이 끼어들지 않게 하라고 하셨지요. 그렇게 애써 보겠습니다. 사랑 안에서요.

우리의 정신은 훈련되지 않으면 멋대로 돌아다니며 산만해지기 쉬우므로 온 정신으로 주님의 현존 가운데 몰입하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공감을 했습니다. 생각은 너무 자유로워서 눈감고 천리를 갈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 그 생각의 뿌리가 주님께로 향해 있지 않으면 자기중심적으로 흐르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 듯합니다.

로랑 형제님!

전기 작가의 말에 의하면 형제님은 누구든지 허물없이 대했고,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었으며, 무엇이든 터놓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고요? 마음을 여셨군요. 형제님의 그 마음에 누구든 흐를 수 있게 하셨군요. 저도 그런 열린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신뢰감을 주려면 한결 같아야겠지요? 노력하겠습니다. 참, 형제님은 통찰력이나 예지력도 갖추셨다고요? 주님의 은총이 형제님께 내린 것 같습니다. 저도 꾸준히 주님께 청하고 싶습니다.

로랑 형제님은 마치 ‘기도화’ 되어 있는 것처럼 기도 수련에 열심이었다고 하는데 하느님의 소리도 많이 들으셨겠군요. ‘하느님의 소리’를 저도 몇 개월 전에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같은 잘못을 반복해 오다가 이 길이 아니다 싶어 크게 회개를 하고 난 후의 일입니다.

“주님, 그가 거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기도를 드렸지요. 그러자 주님께서

“데레사야, 그가 거룩해지길 바란다면 네가 먼저 거룩해져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로 저는 의식성찰을 자주 하며 저를 비워내고 있답니다.

로랑 형제님!

하느님의 현존 연습을 위해 필요한 작업을 몇 가지 더 제시 했군요.

먼저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깊이 생각하라고요! 여기서 조금 멈춰 생각하게 됩니다. 거울을 보듯 일기를 쓰며 제 존재의 구석구석을 끄집어내 관찰합니다. 그리고 제가 예수님의 자녀로 합당하게 살고 있는지 먼저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영적인 삶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굳센 결심이 필요하다고 하셨군요. 그래요. 항해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으니 폭우에도 끄떡하지 않을 굳은 마음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나아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하느님의 뜻에 복종시키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온전한 복종을 위해 스스로를 설득해 가겠습니다. 그래서 무의식의 뿌리에서도 주님의 뜻에 따르고자 열망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현존 연습을 위해 ‘우리의 죄를 검토하고 주님 앞에 내어 놓으며 주님께 은총을 구하는 것’이라는 말씀도 기억할게요. 그럴 때에야 우리가 유혹을 받더라도 온전한 신뢰로 하느님께 의지하게 되고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

로랑 형제님!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형제님이 하느님의 현존연습을 꾸준히 하심으로써 어떻게 변화되었을지 상상이 되는 부분입니다. 즉 주님의 현존연습의 유익함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우리 삶의 모든 일 속에서 믿음이 더욱 생기 있고 활발해지며 피조물의 하찮음을 알게 되고, 거룩한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불붙게 된다. 그 결과 끝없는 사랑, 통회, 신뢰, 감사, 봉헌, 간구 등의 아름다운 덕행을 우리의 삶으로 가꿀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제게 큰 힘이 되고 희망이 됩니다. 이러한 영적 변화를 저는 믿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받을 만한 자세가 되어 있는 영혼들에게 은총을 주신다고 하니, 저도 그런 영혼에 속하도록 준비해 가야겠습니다.

로랑 형제님이 ‘하느님의 현존연습’으로 변화된 실제 모습을 나타낸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답니다.

“꾸준한 하느님의 현존 연습으로 그는 이제 더 이상 피조물들의 감각적 인상들(이미지)에 구애되지 않았고, 어질고 온화하며 선량한 사람으로 비추어졌다. 또한 그는 남의 눈에 드러나지 않게 살려고 조심했다. 자신의 덕과 광채를 가리기 위해 겉보기에 거의 유치한 일들을 발견해 내곤 했다. 그는 하느님 이외의 다른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 즉 그의 행동은 오직 하느님만이 보아주시길 원했다.”

이 부분에서 형제님이 본질적으로 사셨고, 현상에 휘둘리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절대적 보상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음을 다시 알았습니다. 저도 본질을 사는 로랑 형제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인간의 시선보다 오직 하느님만을 위해 살 수 있는 깊은 믿음과 사랑을 본받고 싶습니다.

 

로랑 형제님!

진심으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보석보다 귀한 형제님의 선물을 안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천국에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6. 7. 31.

대한민국 서울에서 김미경 데레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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