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2023. 8. 13. 오후 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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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야마오 산세이 시선집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만난 후에

글 김미경데레사

일본 규슈의 '야쿠시마'라는 섬을 꿈꾼 적이 있다. 야마오 산세를 모를 때였다. 이 시인을 안 후에 더욱 야쿠섬을 꿈꾸게 된다. 태초의 자연이 고스란히 간직되었을 것만 같은 공간, 조몬스키라는 2,700년 된 삼나무를 유튜브로 본 적이 있다. 이끼마저도 소중한 공간에 비가 연중으로 내린단다. 일본 나가사키 아래쪽 섬나라의 섬에 가면 야마오 산세이 시인 머물던 집이 있다. 시인의 일생은 철학 전공자답게 철학적이고 자연적이다.

누구나 꿈꾸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삶을 시인은 철저히 살아냈고 공동체를 마을을 섬을 나라를 지구를 살린 사람이다. 역사적 일본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아직까지 일본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일본문학에 대해서도 소홀히 대했다. 그런데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만나고 일본 공간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자연이 보존되어 있을 야쿠섬은 누구나에게 동경의 공간이 될 것 같다. 비가 내려서 쉽지 않고 여자 혼자 가기 쉽지 않지만 동행인을 만나면 갈 기회도 오겠지 싶다.

-동짓날이 되면 해마다/

지금이 가장 밑바닥이고 밑바닥까지 왔으니/

이제 괜찮을 거란 걸 알게 된다//

- <동지> 부분

-내 가슴속에서/한 성자가 신의 사랑에 취해서 눈물을 흘리며 춤을 추고 있다/

눈물은 양쪽 눈에서 넘쳐 뺨까지 흐르고 있다/

그 이름은 차이타니아// 중략

나는 강가에 사는 한 사람의 새내기 농부/

밤이 되면/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언제나 그 물소리와 하나가 돼서/

눈물로 지새는 날이 올 것인가/

그날을 줄곧 기다리고 있다//

-<저문 강변의 노래> 부분

-야자잎 모자를 쓰고/ 바다를 본다/ 사람들은 나아간다/ 세계로 세계로/ 우주로 우주로 눈먼 쥐처럼 나아간다/ 나는 반대로 물러난다/ 나에게로 나에게로/ 흙으로 돌로 숲으로 물러난다/ 야자잎 모자를 쓰고/ 바다를 본다/ 오래도록 우리 모두의 고향인 바다를 본다//

-<야자잎 모자를 쓰고22> 전편

-나아가 그 분노를/ 국가가 아닌 새로운 세상 만들기로 계속해서 불태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바람> 부분

-밭에 한쪽 무릎을 꿇으면/거기서부터 사람은 흙으로 이어진다/사람이 흙과 이어지면/그것이/생명의 안식/괭이밥의 작은 황금색도 하느님으로 보인다// <감자밭에서> 부분

-홀로 있을 때/ 흙에 온 마음을 다해 두 손을 모아 본다// -<흙에 두 손을 모으면>부분

-봄 아침/ 닭장에서/아-부지 아-부지 하고 닭이 울고 있다/<봄 아침1>부분

-사람은 무엇으로 마음을 씻을 수 있나/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는다/구름을 바라보며/물을 바라보며/도토리가 열리는 메밀잣밤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을 씻는다/개여뀌의 붉은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는다/그리고 또한/행주룰 빨며 마음을 씻고 있었던 걸 알고//

-<부엌에서> 부분

-보시란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 지계란 자기 마음 안의 소리에 따르는 것/ 인욕이란 기다리는 것 견디는 것/정진이란 계속 꿈을 꾸는 것/ 서정이란 고요한 마음/지혜란 물질에도 마음에도 실체가 없다는 걸 아는 것//

-<여섯가지 지혜>부분

-황금빛 가을 햇살이 온 데 가득 넘치고/길가에는 짙은 분홍빛 이질풀꽃이 피어 있다/여기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고/나 또한 없다/ 여기에는/ 깊은 황금빛 가을 햇살이 쏟아져ㅕ 내리고/이질풀의 작고 짙은 분홍빛 꽃이 피어 있을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전문

-

야마오 산세이는 <여기에 사는 즐거움> <더 바랄게 없는 삶> <어제를 향해 걷다> <애니미즘이라는 희망> 책도 있다.

시인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피조물이 천연 자연 앞에서 얼마나 겸손하고 작아진 마음으로 맑게 살아가는지 보고 독자의 마음도 저절로 맑아진다. 조몬 삼나무 앞에서 겸허롭게 쓴 긴 시 <야자잎 모자를 쓰고 24>(77쪽)는 직접 거길 가본 느낌이 든다. 영상으로 조몬 삼나무 가는 길과 나무를 본 적이 있다. 빗속에서도 나무는 태고의 경건을 품고 서 있다. 인간이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세월의 세계를 나무는 신비롭게 살아내고 있다.

창조주의 뜻은 아마도 그 나무를 바라보며 '있는 자 바로 그이신 당신'을 생각하라고 하시는 듯하다. 시인의 마당에 핀 봉숭아와 조몬 삼나무의 대화를 그려낸 시 <봉숭아와 조몬 삼나무> (104쪽)를 읽으며 여름 한 철 피었다 씨앗으로 남는 봉숭아도 소중한 피조물임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 3학년 학생들이 국어 선생님과 함께 OO중학교 나눔동 2층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여긴 한국이고 도서관이지만 일본 야쿠섬의 야마오 산세이 시인의 집이기도 하고, 2,700년된 조몬 삼나무가 있는 숲속이기도 하다. 이 책이 널리 읽혀서 사람들에게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창조주의 뜻을 헤아리며 지금 여기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기를 희망한다. (202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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