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시인/동주 (안소영, 창비, 2015)
139쪽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사랑하였는데도 친해지지 않거든 그 인을 돌이켜 보고, 사람을 다스렸는데도 다스려지지 않거든 그 지혜를 돌이켜 보고, 사람에게 예를 표했는데도 답하지 않거든 그 공경을 돌이켜 보아라. 행하고도 얻지 못하는 게 있거든 모두 자기를 돌이켜 보며 찾아야 하리니, 그 몸이 바르면 천하는 그에 돌아올 것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길이길이 천명을 지켜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하리라 하였느니라 (시인 동주가 손때 묻은 양장본 <예술론> 케이스에 붙혀둔 글귀)
162쪽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고, 주변의 자연과 사물들도 그곳까지 데려가, 일렁이는 감성들을 충분히 무르익게 하고, 때로는 예리한 지성의 바늘로 톡 건드리기도 하면서, 마침내 정제되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체에 걸러 노트 위에 한 편의 시로 옮겨 적는 길고도 진실하고 순정한 시간, 그것이면 충분했다. 동주의 새로운 시는 절망의 어두운 그늘 속까지, 슬픔의 웅덩이 깊은 곳까지 닿아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였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맑고 고요한 눈을 잃지 않은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이기도 했다.
172쪽 동주의 시는 맑고도 담담했다(1941.5.31.십자가) 마땅한 시구를 찾느라 언어를 유리알처럼 굴리며 애쓰지 않아도, 캄캄한 동굴에 홀로 있는 것처럼 갑갑해 고함지르지 않아도 되었다. 땅 속 깊고도 거친 수맥을 헤쳐 오면서도 지표면에서 고요히 솟아나는 샘물처럼 사람의 마음을 투명하게 건드리는 시였다.
173쪽 인간의 얼굴을 한 신은, 식민지가 되어 버린 조선 땅 어디에든 모습을 드러내었고 동주는 그분을 알아보았다.
205쪽 졸업문집.. 시집 전체가 장중하고도 아름다운 교향악 같았다. 각 악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 가면서도 중간중간 적절한 변주가 있어 한 편 한 편이 새롭고 또 전체적으로는 조화로웠다
별 헤는 밤을 노래하면서도 첫새벽의 맑은 아름다움을 담은 빼어난 시였다.
252쪽 날마다 다가오는 새로운 깨달음, 명징해지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방금 <시인/동주>를 모두 읽었다.(2/10. 밤12:02)
생체실험으로 죽음을 맞이한 동주와 몽규의 일생이 안타깝고 슬프다.
후쿠오카 감옥에 들어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시를 일본어로 바꾸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뛰어난 역사의식과 구국 정신을 가진 몽규도
뛰어난 시적 감수성과 철학을 지닌 동주도
하늘의 천사들도 안타까웠는지....
이렇게 70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살려내시는 구나...
두 사람은 죽었지만 죽지 않고 지금까지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있겠지..
안소영 작가는 담담하게 정제된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다.
시인/동주를 쓸 자격이 충분한 작가이다.
이미 시공간이 바뀌었는데도 2016년 시공간에 살려내는 힘은 대단하다.
영화로도 곧 나온다고 하니 시인의 시혼은 정말 영원한 것 같다.
정지용 시인도 감탄했다는 동주의 시는
삶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더욱 생명력이 큰 것 같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을 정말 투명하게 쓰는 것이 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