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동주 1 (안소영)

2016. 2. 10. 오후 1: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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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인 동주 (안소영, 창비, 2015)

48쪽: 이상은 세상을 떠났지만, 이 경성 어딘가에는 동주 같은 문학 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또 다른 문인들이 살아가고 있으리라.

76쪽: 100 한정판으로 출간되어 구하지 못한 백석 시집 <사슴>은 도서관에서 빌려 전부 손으로 베껴 놓았다.

95쪽(처중의 말): 공부? 그래, 책장이나 뒤적뒤적하는 게 공부인 줄 아나? 전차 칸에서 내다보는 광경, 정거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느끼는 감정, 기차 속에서 보고 듣는 모든 이야기가 바로 생활이요 진정한 공부라네.

98쪽 '치안 유린죄' 교수들은 몇 달 뒤 풀려났으나 다시 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었다. 연희 전문은 궁리 끝에 최현배 교수를 도서관 직원으로 고용하여 계속 연구할 수 있게 했다. 도서관에서 학생들 틈에 섞여 최현배 교수가 몰두한 것은 훈민정음, 곧 우리글에 대한 연구였다. 밤늦도록 불편한 열람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승을 보며 학생들은 울분과 존경심이 함께 들었다.

99쪽 일본이 길을 내는 방힉은 산과 강의 흐름을 존중하던 조선 사람들과는 달랐다. 산이고 강이고 사람이고 거치적거리는 것은 다 걷어 버리고 치워 버렸다. 개천은 메우고 길가 살림집들은 밀어 버렸다. 작은 산은 무너뜨리고 큰 산은 허리를 뚫어 터널을 만들었다.

107쪽(송몽규의 말):신진 작가들은 사람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분석하는 데만 힘을 기울이고, 정작 그 인물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회 현실은 외면하고 있네......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가운데 문학의 역할을 고민했던 것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야.

109쪽(이순복의 말): 무녀도는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가는 것도 읽는 맛이 새롭고...하지만 그뿐이네..작품에 나오는 산천은 내 고향 마을을 그린 듯 실감나는데, 그 속에 괴로워하는 인물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 같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까지 갈등하고 괴로워하는지...

111쪽(동주의 말): 순수를 염두에 두고 쓰면 순수의 작품이 나오고 현실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으면 순수하지 않은 작품이 되고 마는 걸까?....어떤 것을 쓰건 혼신을 힘을 다해 진실하게 그리며, 그리고 그 진심이 읽는 이에게 전해지면 순정하다, 순수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내면에 치중하건, 그를 둘러싼 아픈 현실을 그려 내건.... 순수는 작가가 먼저 정해 놓은 작품의 성격이 아니라, 읽는 이의 가슴에서 비로소 느껴지는 것 아닐까?

126쪽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문학과 삶은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문단의 대가는 물론 갓 문학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년도 제 나름대로 고심하는 문제였다.

127쪽 동주는 결심했다. 잘못된 전쟁을 지지하고 동포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하는 것이 문학의 길이라면 가지 않으리라. 감투와 명성을 탐하고 궤변으로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는 자들이 문인이라면 되지 않으리라. 하나의 시어를 찾기 위해 수없이 버리고 취하는 연마의 과정이 저렇게 쓰이는 것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으리라.

 

여기까지 읽으면서 독자의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든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독자분들도 공감이 되실 지 모르겠습니다. "최현배" 선생님이 교수 연구실에서 쫓겨나고 도서관 직원이 되어 도서관에서 연구하시는 부분입니다. 나라를 잃고 모국어를 연구하시려는 그 열정도 감동이지만 연희 전문에서 배려해 주신 것도 감동입니다. 아울러 이렇게 된 일제 강점기 현실의 비참함도 깊은 슬픔으로 저절로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같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를 버리고 강제로 점령한 일본인의 비도덕적인 만행에 후손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 와중에도 도서관 한쪽에서 연구하시는 최현배 국어학자 교수님의 삶은 감동을 주고도 남습니다. 장애물을 잘 딛고 이겨낸 분들이 계셔서 오늘 우리가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시인 동주의 일생이지만 거기에 드러난 숨은 역사가 보입니다. 그리고 당시 살지 않았지만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서 당시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머지 부분도 천천히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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