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8주일 강론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지난 4월부터 교리를 배웠던 42명의 예비교우들이 세례를 받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 미사를 함께 하면서 새로이 세례를 받는 분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나는 것을 축하해주시고, 이제 세례가 끝이 아니니 본당의 모든 가족들은 새 영세교우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본당 신자가 그만 잘못해서 지옥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곳에 본당 신부님이 계신 겁니다. 그래서 아니 신부님 어찌된 일입니까! 라고 놀라 물었더니 신부님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조용히 하세요. 옆방에 주교님께서 쉬고 계십니다. 누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신앙인들이 구원을 받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은 성적순도 아니고, 그 직위나 직분에 따라 가는 것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오늘 세례를 받으신 분이나, 신앙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나, 주교님이나 수도자나 저 같은 사제나 하느님 앞에는 다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을 산을 봅니다. 빨간 단풍이 들고, 그 단풍의 끝에 하얀 눈이 내리고 눈 내린 산에는 적막함과 쓸쓸함이 감돕니다. 어느 산이나 단풍은 산꼭대기에서부터 드는 것을 봅니다. 겨울을 나타내는 하얀 눈도 산 정상에서부터 내리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봄이 되어 생명이 시작되는 파란 싹은 산 아래서부터 피어납니다. 따뜻한 봄바람은 산 아래부터 하얀 눈을 녹이고 마침내 산 정상의 하얀 눈도 녹이는 것을 봅니다.
저는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멸망과 파멸은 교만함에서 시작됩니다. 나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나만 잘났다고 여기는 교만함에서 시작됩니다. 인생의 겨울은 이와 같이 자만에서 시작됩니다. 성공했다고 여겨지던 사람이, 능력 있다고 여겨지던 사람이 잘나간다고 인정받던 사람들이 가을바람에 낙엽 떨어지듯이 추락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넘지 못하던 벽은 바로 ‘교만’과 ‘자만’입니다.
교통사고로 다치고 죽은 많은 사람들, 운전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운전 실력을 과신해서입니다. 중앙선을 넘고, 과속을 하고, 운전 중에 딴 짓을 하는 사람들 다 자신들의 운전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불행은 바로 그런데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구원과 행복은 어디에서 옵니까! 그렇습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겸손에서 옵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시리아의 장군 나아만은 나병이 깨끗이 나았습니다. 군대의 사령관이라는 직책에서 오는 권위와 힘을 포기하고 강물에 자신의 몸을 7번 담갔습니다. 그리고 나병이 나았습니다. 나아만이 나만 최고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그는 결코 요르단 강에 몸을 담그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는 썩어 들어가는 몸으로 시리아로 돌아가야 했을 겁니다.
겸손한 사람은 감사할 줄 압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10명의 나병환자를 고쳐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한명만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그에게 육신의 병을 낳게 해주시고,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주십니다. 우리말에 背恩忘德이란 말이 있습니다. 은혜를 배신하고, 베풀어준 덕을 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배은망덕한 사람치고 끝이 좋은 사람이 없습니다. 은혜를 감사히 여기고, 베풀어준 덕을 잊지 않는 사람은 항상 끝이 좋습니다.
교우 여러분!
제가 아는 선배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70세를 살았건, 50세를 살았건, 아니 몇 년 만 살았다 하더라도, 그리고 호의호식하지 않고 살았다 하더라도, 인생은 적자 인생이 아니라 흑자 인생이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돈을 주고 생명을 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공짜로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감사하는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세 성사를 통해서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여 하느님 자녀가 되는 크나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밖에 고백성사며 성체성사를 통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총을 받았고, 계속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대자연을 통해서, 부모님을 통해서 그리고 우리 이웃을 통해서, 많은 은혜를 주고 계십니다. 때문에 우리가 기도할 때 감사의 기도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감사하다는 말은 무엇을 뜻합니까?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에는 보답하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사의 생활은 보답하는 생활을 뜻합니다. 보답하는 길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 그리고 이웃을 도와 가면서 기쁜 마음으로 진실 되게 생활하는 그것입니다.
우리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을 때, 나병환자들과 같이 겸손한 마음과 신뢰하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나아갑시다. 찬미와 감사를 드리기 위해 돌아온 그 사마리아 사람은 구원이라고 하는 더 큰 은혜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시다. 하느님께 감사드릴 줄 아는 사람은 더 큰 은혜를 받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신 새 영세자 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느님의 크신 사랑 안에 은총과 기쁨이 충만한 신앙생활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본당 공동체는 이분들께서 신앙생활을 잘 하시도록 기도 중에 함께하시고 신앙의 길로 잘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