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7주일 강론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신문에 미얀마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예전에는‘버마’라고 불리던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는 ‘아웅 산 폭탄 테러’로 기억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는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로 전락했습니다. 이유는 군인들의 독재와 부정과 부패 때문입니다. 그런 독재와 불의한 힘에 맞서서 승려들과 국민들이 몇 번 저항을 했지만 그때 마다 총과 칼의 힘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백성들은 민주와 자유를 외치며 저항을 했습니다.
그러나 군부의 탄압과 무자비한 진압으로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잡히고, 다치고 죽었습니다. 유엔과 서방의 많은 나라들이 걱정하고 과잉 진압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지만 안타까울 뿐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미얀마의 국민들에게 현실의 고통과 가난 억압과 폭력은 참으로 긴 터널처럼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 부처님 삼신할머니께라도 청하고 싶은 심정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신문을 읽으면서 20년 전의 한국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는 군인이었습니다. 부대는 외출 외박이 금지되었고,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군사 독재에 맞서 시민들이 투쟁을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자유와 민주를 외쳤습니다. 결국 국민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과 투쟁은 성공을 하였고, 6.29 선언이 발표되어 우리는 더 이상 독재가 없는 민주 정부가 탄생하였습니다.
지난 20년간 민주주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가 다시금 억압과 폭력의 독재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지금의 미얀마처럼 우리의 민주주의도 많은 피를 흘려야 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절망과 고통의 골은 깊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 국민은 절망과 고통을 이겨냈고 오늘의 민주사회를 이끌어냈습니다.
세계사를 보아도, 우리 민족처럼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은 나라도 없다고 합니다. 가깝게는 6.25한국 전쟁, 일본의 식민 통치, 청나라, 원나라의 침략 등에서 보듯이 평화로운 시절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외세의 침략과 고난 속에서 이렇게 국가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우리는 오늘 작지만 강한나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의 입장에서 우리의 선조들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지난 달 우리는 순교자 성월을 지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그렇지 순교자들의 고통과 아픔, 절망과 분노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처절했습니다.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었고, 고문과 박해는 차라리 죽는 것을 원할 만큼 잔혹했습니다. 바로 그런 절망의 터널을 묵묵히 참고 견디었기에 오늘 우리는 이렇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 각자는 모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다. 그 십자가는 말 할 수 없이 크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던져버리고 싶은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내 형제와 이웃에 비교해도 왜 내가 이 십자가를 져야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그런 고통과 아픔이 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요즘 내가 감내해야하는 고통과 아픔이 무엇이지, 억울하고 답답한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병든 아내를 몇 년째 돌봐야 하는 남편도 있습니다. 이유 없이 회사에서 퇴출되었던 가장도 있습니다. 이제 좀 살만한데 도저히 믿기지 않게 암이란 진단을 받은 분도 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서 어렵게 장만한 집을 빚보증으로 팔아야하는 분도 있습니다.
오늘의 성서말씀은 그 십자가를 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지금 나의 십자가를 알고 계신다. 그러니 하느님을 믿고, 기다리라 하십니다. 하느님의 눈에는 ‘천년도 지나간 어제 같다.’하십니다. 복음에서 주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제 2독서에서 감옥에 갇힌 바오로 사도는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교우여러분!
고통과 인내 없는 열매는 없습니다. 우리 삶의 고통과 아픔이 있다면 그것을 없애 달라 청하기보다는 넘어설 용기와 힘을 청합시다. 아울러 고통 중에 있는 미얀마의 국민들을 위해서 기도 중에 함께 했으면 합니다.
잠시 묵상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