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사의 영성]
가까운 형제들 몇 명과 둘러앉아 소규모 미사를 봉헌할 때였습니다.
그야말로 한 마음 한 몸인 형제들이었기에, 같이 거행하는 성체성사가 더욱 남달랐습니다.
드디어 주례 사제가 빵을 쪼개어 나누어줄 순간이었습니다.
제 손 바닥 위에는 대형 성체 반 토막이 올려 졌습니다.
성체가 제 손 위에 놓인 순간, 갑자기 큰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이토록 부당한 죄인의 손 위에, 이토록 보잘 것 없는 나약한 인간의 손 위에 그 크신 하느님께서 현존해 계신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이지 송구스럽게 짝이 없었습니다.
동시에 너무나 큰 감사의 정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왔습니다.
사도행전은 초대 교회 공동체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들은 ‘공유’ ‘한 마음 한 몸’ ‘완벽한 친교’였습니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사도 2, 44-47)
예수 그리스도 안에 새로 난 초대 교회 공동체는 다른 무엇에 앞서 가족 공동체였습니다.
초대 교회 공동체에 가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큰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사유재산의 포기,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공유!
초세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편입된 그리스도 신자들이 지니고 있었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철저한 공동체성이요 철저한 나눔이었습니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미사의 영성이요 성체의 영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이 시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강력히 요구되는 영성 역시 성체성사의 영성입니다.
오늘도 우리 구세주 하느님께서는 매일의 성체성사 안에서 쪼개어지고 나누어집니다. 한 마디로 산산조각 납니다.
우리들의 입안에서 잘게 잘게 부서집니다.
그 옛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벽하게 새로 태어난 초세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이상향이 가족 공동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이 시대 성체 안에서 새로 나야할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한 마음 한 몸 공동체입니다.
▒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