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아래에서

2007. 7. 5. 오후 3:23:16

글자

 

 

 

여름이 보내는 전령처럼 장마철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루씩 걸러서 내리는 비가 아직은 싫지 않습니다.
우산을 들고 하루를 시작할 때는 발걸음도 마음도 차분합니다.
오늘 해야 할 일들과 만나게 될 사건들을 생각하며 사도직센터로 향해가는 중에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게 있었습니다.

저희 수녀원 안에는 감나무와 대추나무와 더불어 소나무 몇그루가 서있습니다.
정말 몇 안되는 나무지만 그늘도 만들어 주고 풍경도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흙이 좋지 않아서 인지, 가뭄 탓인지
얼마 전부터 소나무가 자꾸 앙상해지고 솔방울을 많이 달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소나무가 아픈것은 아닌가 싶어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지난 봄에는 동산을 정리하시던 수녀님께서
긴 장대로 가지마다 가득 달린 솔방울을 털어내 주기도 하셨는데,
오늘은 그 소나무에 작은 링겔 병이 달려 있는 것입니다.
보통의 키보다 조금 위쪽에 매달린 ‘나무 영양제’가 절반가량 줄은 걸 보니
아마도 몇일은 된 것 같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수녀님들께 물으니 다행히 재선충도 아니고 큰 병도 아니라합니다.
그동안 어떻게 할 줄도 모르면서 ‘아프지!’ 라고만 했던 그 마음에 안도의 숨이 내려앉습니다.

우리네 삶도 이처럼 ‘영양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불어 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삶이 심드렁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괜시리 날씨를 탓하며 짜증이 날 때,
뭔지 모를 갈증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남에게 탓을 돌리게 될 때,
때로는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힘들어 보일 때,
그 모든 순간들이 ‘영혼의 영양제’를 섭취해야할 순간인듯합니다.

우리에게는 무상으로 주어진 ‘가장 좋은 영양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 아들까지 내어주신 하느님 아버지,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시기 위해 전 생애를 다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
우리 안에서 생명의 숨이 되어주신 성령의 활동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의 생명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십니다.

예수성심성월의 마지막 주간을 지내면서
‘나를 위해’ 당신을 전부 내어 주신 주님의 사랑을 깊이 만나는 은총의 날이 되시길 빕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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