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피아노 연주곡 <4분 33초>는
연주하는데 4분 33초가 걸린다고 했지만,
연주자는 무대 위에 올라와 가만히 앉아만 있고
청중은 오직 침묵이 흐르는 소리만 들어야 했습니다.
이것은 쉬지 않고 일하고 끊임없이 소음을 만드는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 혹은 해프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자와 친분이 있는 존 케이지의 일화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서두름은 현대사회의 한 모습입니다.
「나를 위한 시간의」저자 노트커 볼프는
현대인들이 서두르는 것을 두려움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제대로 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빠른 속도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럴 때 저자는 '그만두는 것, 놓아주는 것, 긴장을 푸는 것'을
삶의 기술 또는 예술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휴식이 긴장을 풀어주고 삶의 활력을 주며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는 걸 알면서도 잘 쉬지 못합니다.
저 역시 동료수녀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오자마자 자격증시험을 치고 나니 이번엔 신간메일 원고가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는 선생님께서 세계 하모니카 대회를 석권한
박종성씨의 기념 연주회를 보러 오시면서
함께 가자고 하셔서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다녀왔습니다.
피곤해서 졸면 창피할 것 같았는데 졸기는커녕
10Cm 남짓한 하모니카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음악을 들으면 그 안에 들어 있는 흐름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던 것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게 되고, 해야 할 많은 일을 잠시 잊고
외부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노트커 아빠스께서 말씀하셨는데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 상대방의 호흡을 그대로 느끼면서 살아있는 체험을 하고 왔습니다.
뭔가 마음이 충만하고, 바쁘지만 천천히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옆에 두고, 마음에 새기며
천천히 음미해보고 싶은 또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오랜만에 말끔하게 갠 하늘을 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의 선물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재창조 해보는 한 주간되시기 바랍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